산업 산업일반

[청정 인터넷, 굿아이(Good-i)를 만들자] <5-끝> 정책의 틀 바꿔라

포괄적 규제 탈피, 보호 기준·대상 구체화해야<br>엄격한 제재땐 현실성 떨어지고 인터넷산업 발전에 걸림돌<br>본인확인제 확대·실명제 도입·1인 미디어 견제장치등 필요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참여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정보보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단순 규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포괄적인 규제방식보다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제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건전한 정보유통을 위해 참여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보보호 기준 대상부터 구체화해야=전문가들은 정보보호 정책 수립 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보호 대상 정보’와 ‘위해 정보’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호해야 할 정보가 어떤 것이고 어디까지를 규제 대상으로 정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의 경우 너무 엄격하게 규제하려 들면 현실성이 떨어지고 인터넷 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개인정보 비율을 너무 넓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법과 제도가 비현실적으로 될 수 있다”며 “개인 정보 보호의 문제는 영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의 임시조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포털에 임의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면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직 변호사는 “현재 규정을 보면 포털이 어떤 경우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백한 조건이 규정돼야 하고 필요할 경우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인확인제 확대 강화, 1인 미디어 규제 등 사회적 책임 강화 시급=‘개똥녀 사건’ ‘대구 초등생 집단 성폭력 사태’ ‘인터넷 괴담’ 등 무책임한 인터넷 활동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특히 익명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본인확인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성균관대 법대의 한 교수는 “익명성에서 나오는 개인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가능한 한 보호돼야 하지만 에티켓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은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티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게시물을 쓸 때 사용자의 이름을 노출시키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천명하기도 했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 발전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 및 견제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공감을 얻고 있다. 1인 미디어의 경우 사전 검증작업이나 견제장치가 전혀 없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와 편파적인 내용 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촛불집회 생중계에서 보듯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1인 미디어의 경우 거짓말을 하거나 편파 보도를 해도 여과 없이 중계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관리전문기구 설립 필요=최근 정부는 개인 정보보호 감독을 위해 행정안전부 내에 전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행안부 내에 두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을 가진 전문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의 주체인 행안부가 자료제출 요구, 방문조사 등 관리까지 맡는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독립적인 감독기능을 수행하는 개인정보관리기구가 있다”며 “행안부 밑에 이를 둔다는 것은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자와 네티즌이 자체 정화에 나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이 ‘자유의 공간’인 만큼 규제보다는 자율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호 선문대 컴퓨터정보공학부 교수는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네티즌의) 의식이 (인터넷 발전을) 따라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교육과 캠페인을 통한 자정작업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日선 자사직원 정보도 마케팅 이용못해
2000년 '개인정보 보호 지침' 마련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의 개인정보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만약 고용인이 피고용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계열사에 넘겨도 처벌할 근거가 전혀 없는 게 우리 실정이다. 물론 피해 당사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해당 노동자가 회사를 다니는 동안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00년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만든 ‘노동자 개인 정보보호를 위한 행동지침’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지침은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고용계약으로 수집된다는 점에서 고객 정보와 다르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따라서 개인 정보보호 대상을 일반기업뿐 아니라 비영리단체와 개인까지 포함해 매우 폭 넓게 적용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는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기본정보부터 노동조합 관계 정보에 이르기까지 범위별로 매우 구체적으로 구분했다. 이는 해석상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일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의 정보를 ‘제3자’에게 알리지 못하고 퇴직 후나 인사이동 후에도 이러한 규정을 지키도록 하는 등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동일 기업 내라도 인사 부문에서 수집, 보관하는 노동자 주소록 등 개인정보를 영업 부문에서 신제품 판매활동 대상자 명부로 이용하는 경우’를 ‘목적 외 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업이 자사 또는 계열사 직원들의 정보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개인정보의 유용’이 되는 셈이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고용인과 피고용자의 관계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철 선플달기 국민운동본부 대표
"건전한 비판·토론 하려면 익명성 뒤에 숨어선 안돼" “공개토론에서는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민병철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대표는 “건전한 토론과 비판을 하려면 익명성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 대표는 이어 “본인확인제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많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지만 이것 때문에 할 말을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표현이 자유로운 공간이라도 익명성 뒤에 숨어서 무책임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는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민 대표는 “제도개선 같은 정책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 더 중요하다”며 “선플달기운동은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온라인에서 전개되는 자율적인 캠페인에 대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악플의 원인으로 ▦핵가족화 ▦물질만능주의 ▦입시경쟁 등을 꼽은 민 대표는 “소통의 채널이 많이 막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한 후 “선플운동 등 민간 차원의 캠페인을 교육과정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전문교사를 확보하고 이들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 대표는 지난해 3월 선플달기운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선플방 설치운동을 벌이는 등 건전 인터넷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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