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단 1달러라도 벌어들여야 한다」고 말문을 연 김재철(金在哲) 무역협회 신임회장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준비된 회장」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金회장은 최근 엔화가치의 급속한 하락과 이로 인해 원화-엔화의 환율변화는 국내 기업의 수출에 매우 커다란 타격을 가한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환율정책을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
또 앞으로의 무역은 과거와 같은 상품 중심에서 한단계 올라서 서비스 및 인프라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수출 활성화를 위해 혼연일체의 노력을 기울이면 올해 수출 여건이 아무리 악화된다 해도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 250억달러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이보다 훨씬 많은 280억달러 달성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무역이라는 것이 결국은 바깥 세상과의 거래라는 金회장은 「육지에서 바다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각 및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최근 무역업계의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게 돼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영광이지만 걱정도 많습니다. 바다를 통해 인생을 배워온 입장에서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바다는 고요할 때도 있지만 수시로 거친 파도가 몰아칩니다. 파도를 극복해낼 때 인생에 자부심도 생기는 것이고 성취감도 맛볼 수 있습니다.
최근 무역업계의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에 동감합니다. 수출경쟁력을 좌우하는 원화환율이 큰 폭으로 내렸고 중남미, 중국, 중동 등에서도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는 등 비상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업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가 환율 등을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 준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 목표를 250억달러로 잡았습니다만 수출여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250억달러 달성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해졌는데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현재의 상황으로는 무역흑자 250억달러라는 목표의 달성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무역업계의 애로사항를 신속히 해결하고 사기를 북돋워준다면, 또 무역업계가 단 1달러라도 벌어들이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진다면 250억달러 목표 달성은 물론 그보다 30억달러가 많은 280억달러 달성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역협회 역시 거래 알선을 크게 늘려 중소기업의 수출시장 개척을 돕는 한편 수출 현장의 애로를 신속히 해결해 주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연초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위기를 맞았으며 최근에는 일본 엔화가치가 하락해 수출 주력품목에 대한 대외경쟁력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결국 올해 수출목표 달성의 최대 관건은 환율이라고 생각되는데요.
▲맞습니다. 환율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맞는 적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와 같은 1달러당 1,100원대의 환율로는 국내 수출업체들이 도저히 채산성을 맞출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달러화 대비 원화가치의 움직임보다 원화-엔화환율 변동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더욱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특히 최근 엔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해외 주요시장에서 국내 수출 주력품목의 가격경쟁력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정부가 이 기회에 외환보유고도 늘리고 필요하다면 외채의 조기 상환을 포함하는 적극적인 환율정책를 펼친다면 악화된 수출여건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오는 4월로 예정된 외환자유화 확대 조치로 외화의 유출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국내 외환시장에서 환율의 변동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는 다각적인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환율 외에도 외환수수료율 등 수출을 가로막는 장애는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사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환율 부담외에도 외환수수료 등 수출 부대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큽니다.
무역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외환수수료, 물류비 등 각종 부대비용이 총 수출금액의 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외환수수료는 경쟁국의 2~3배 수준에 달해 국내 기업들의 대외경쟁력 약화 요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같은 부대비용을 부담하면서 여타 경쟁국 제품과 시장쟁탈전을 벌이라는 것은 창, 칼이 휘날리는 전쟁터에 갑옷이나 투구를 벗고 싸우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금융기관 역시 수출경쟁력 회복으로 수출 규모가 늘어나야 외환수수료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 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했으면 합니다.
-최근에 수출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인프라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항만 등 각종 인프라는 단순히 수출의 필수조건뿐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한 외화획득원입니다.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선적할 경우 1개당 200달러 가량의 수입이 발생합니다. 부산항의 항만인프라를 좀더 확충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발전시킨다면 무역장벽이 아무리 거세져도 외화획득에 차질을 빚지 않을 것입니다.
또 최근 물동량이 줄어들어 도로나 항만의 적체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곧바로 수출 인프라 결핍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란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다소 여유가 있는 지금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시점입니다.
덧붙이자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며 무역자동화 추세로 정보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와 각종 제도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기 희망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및 지방기업들은 무역관련 정보의 부재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무역협회의 방안은 무엇입니까.
▲무역협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역정보 온라인 서비스망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 및 지방기업에게 거래알선에서 시장정보 제공 등 다양한 무역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또 중소 수출업체의 인터넷 무역을 지원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고 있으며 수출상품 전문홍보지를 발간, 전세계에 배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해외 바이어 초청 구매상담회를 자주 개최함으로써 중소 수출업체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수출상담을 벌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취임사에서 앞으로 무역협회에도 경영마인드를 불어넣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무역협회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이러다보니 기업 경영의 원리와는 다소 다르게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ASEM준비 및 무역센터 확충사업이 마무리되면 무역협회는 7만여개에 달하는 회원사와 2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해야 하므로 기존의 운영방식으로는 곤란합니다.
각종 사업 시행에 있어서 비용과 편익을 철저히 분석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서비스를 회원사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시설 관리에서도 수익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설연휴기간동안 협회 직원들이 제출한 합리화 방안을 곰곰히 검토해 보았는데 상당히 우수한 인력이 많은 반면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협회라는 조직으로서는 인력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부실 경영입니다.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회원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회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SEM)가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ASEM 센터 설립을 위한 자금조달이나 공사기간 등 준비상황은 어떻습니까.
▲사업추진 초기에는 투자재원 확보와 민자유치 등에 애로사항도 없지 않았으나 현재는 문제점이 거의 해결돼 당초 예정된 2000년3월 완공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ASEM이 개최되는 10월까지는 6~7개월의 여유가 있으므로 이 기간동안 2차례 정도의 국제회의를 유치해 일종의 예행연습을 가질 계획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한치의 실수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의 대외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최대 기회로 활용할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金회장께서 중견기업인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이해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혀 우려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중견기업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양자간의 이해를 조정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특히 1, 2, 3차산업을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중소 수출업체들의 어디가 애로인지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용기를 북돋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한 전 무역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협회 운영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무역협회가 7만여 무역업체들의 구심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무역업계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먼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증대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근의 IMF체제는 한 국가가 경제적 자립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어떤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철저하게 알려주는 일종의 교훈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흑자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게 대내외 여건이 어렵습니다만 무역업계가 열심히 노력해야 기업도 살고 우리 경제도 살아난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정리=김형기·사진=신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