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태권도서 배운다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태권도는 지난 2002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비현대적인 경기방식과 위상 실추 등으로 퇴출의 위기를 겪었다. 중국의 우슈, 일본의 가라테는 태권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중일 3국이 세계시장을 두고 펼치는 경쟁도 이와 매우 비슷한 측면이 있다.


한중일이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 수는 2012년 기준 1,780개로 전체의 35%가량을 차지한다. 이처럼 3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생산기지로서 의미가 크다. 이 같은 역할은 과거 세 나라의 상호보완적 분업구조를 통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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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30년간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과 일본의 장기 침체로 협력보다는 경쟁이 격화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3국의 주력산업이 매우 유사해진 탓이다. 결국 3국 간 경쟁에서 승리하면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패배하면 밀려난다는 의미다. 앞으로 5∼10년 이내에 한중일은 세계시장을 두고 생존을 건 진검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다.

우선 중국은 14억이라는 인구수 자체가 확실한 비교우위다. 14억 인구의 소비와 과학기술 투자로 양성되는 전문인력은 향후 중국경제를 이끌어 갈 힘이자 경쟁력이다. 이미 조립완성품 제조업 기지로서 자리매김을 한 중국은 앞으로 동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으며 다른 산업 분야로도 이 추세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비교우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과 차세대 기술의 축적이다. 일본은 제조업 기지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지만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이 건재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이 일본에는 1,500여개가 있다. 특히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비교우위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국은 대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에 의한 선제적 투자와 제조기술 중심의 조립완성품 분야 조직 능력으로 제조업 강국으로 거듭났다. 그런데 이런 비교우위가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으로 빛바래고 있다. 조립완성품의 경쟁력 역시 정점을 거쳐 점차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수시장 규모는 3국 중 한국이 가장 불리하다. 앞으로 주력 제조업의 조립완성품은 중국이, 고부가가치 부품·소재·장비 분야에선 일본이 비교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확고한 비교우위를 만들지 못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샌드위치 신세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태권도는 세계적인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덕에 2020년에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예정돼 있다. 우리 경제가 세계 무대에서 정식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태권도처럼 위기의식을 갖고 급변하는 한중일 분업구조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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