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정월대보름엔 신토불이 음식으로


다가오는 17일은 정월대보름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쇠고 첫 보름인 이날은 우리 민족 세시풍속 중에서도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세시풍속놀이가 일년 중 절반이 넘게 설날에서 대보름 사이로 몰려 있고, 대보름맞이 민속놀이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며 가장 신나게 축제를 벌이는 날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부자가 되는 이날에는 개인적인 기복 행사로는 부럼 깨물기, 더위 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시절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 먹기와 달떡을 먹는 것이 있으며, 줄다리기ㆍ고싸움ㆍ돌싸움ㆍ쥐불놀이ㆍ탈놀이ㆍ별신굿 등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대보름 행사이다. 다양한 행사 중 정월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는 것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다. 대보름날 찹쌀과 검은콩ㆍ팥ㆍ차조ㆍ찰수수 등을 섞어 소금으로 간을 해 지은 잡곡밥은 우리나라 사람의 맛과 멋을 보여주는 종합건강식품이다. 색다르게 쌀과 잡곡에 밤·대추·검은콩을 넣고 시루에 쪄서 잡곡밥을 만들기도 했다. 오곡밥의 혼합비율에 대하여 고서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찹쌀·찰수수·흰팥 각 2되, 차조 1되, 물콩 5홉, 대추 1되의 비율로 섞는다고 기록돼 있다. 모두 잡곡을 주재료로 한 밥이며 오곡밥이라고 해서 꼭 다섯 가지만 넣은 것이 아니라 여러 잡곡을 형편에 맞게 사용했다. 이러한 오곡밥에는 여름내 정성스레 말려놓은 각종 산나물과 마른가지나물ㆍ무말랭이ㆍ고추부각 등을 곁들여 밥상에 올리면 명품 웰빙 식단이 된다. 이렇게 먹어야 삶이 풍요로워지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선조들은 믿었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잡곡에는 생리활성물질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 우리 몸의 면역계와 내분비계·신경계·순환계·소화계 등을 좋게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성인병 예방과 치료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잡곡은 병충해가 적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자생적인 유기농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렇게 정성껏 만든 건강음식을 이웃들과 풍성하게 나눠 먹으며 덕담을 나누고 한 해 풍년농사를 기원했다. 지금 우리 농업은 수입농산물의 집중공세로 갈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급속한 확산으로 농가의 고통과 더불어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행해지던 각종 행사까지 취소돼 지역경제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가정에서는 오곱밥 먹기, 부럼 깨물기 등의 개인적인 대보름 기복행사라도 풍성하게 참여해 보자. 건강에 좋은 우리 농특산물을 많이 소비하여 건강도 챙기고 농가도 도우며 우리 식탁을 수입 농산물로부터 보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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