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표방송 외면 축구시청

젊은층 선거 무관심에 투표소 대부분 한산 13일 실시된 지방선거가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참패'로 드러나자 시민들은 "대통령 아들들의 잇단 비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밤새 계속된 선거개표 방송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투표가 종료되고 각 개표장에 투표함이 도착하자 개표원들은 부산한 손놀림으로 개표에 나섰지만 유권자들은 개표방송 대신 같은 시간에 방송된 멕시코-이탈리아전 축구경기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에 앞선 이날 아침부터 공항과 골프장 등은 나들이 객들로 크게 붐빈 반면 정작 투표장은 썰렁해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오후 6시 투표종료와 함께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한나라당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시민들은 선거에는 흥미를 잃은 듯 휴일 저녁을 즐기기 위한 나들이에 나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월드컵 멕시코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방송되자 상당수 시민들은 개표방송을 외면한 채 축구경기와 중계방송을 시청한 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손에 땀을 쥐어가며 '박빙의 개표상황'을 밤새워 시청하느라 아파트 단지의 세대마다 불히 훤하게 밝혀져 있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선거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나름대로의 분석들을 쏟아냈다. 김재석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결과는 각종 게이트와 부패스캔들에 대한 평가이고 민주당의 실책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상철(46) 전교조 전북지부장도 "대통령의 두아들과 관련된 각종 게이트가 상대적으로 한나라당의 바람몰이에 불을 붙였다"며 "민주당이 정책추진 과정에서 민의수렴을 외면하고 독선으로 일관한 것도 민심을 얻지 못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와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의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 울산시장 선거에서 박 후보가 방송사 투표구 조사에 이어 개표 결과에서도 송 후보를 앞서자 두 후보 선거캠프는 크게 엇갈린 분위기. 박 후보가 이처럼 앞서 나가자 박 후보 선거 사무실에는 100여명의 운동원과 지지자들이 모여 들어 환하게 웃으며 축하 인사를 하는 등 잔치 분위기인 반면 송 후보 사무실은 송 후보가 자리를 비우고 운동원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각 구ㆍ군의 개표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축 처진 분위기를 연출.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전자개표기에서 기계결함이 잇따라 곳곳에서 개표업무에 차질을 빚었다. 이날 오후 9시20분께 경남 진해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장인 진해시민회관실내체육관에서 태평동 제1투표소의 투표함에 대한 전자개표작업도중 미분류투표지가 대량발생하면서 개표작업이 지연됐다. 또 창원과 원주, 제주에서도 개표기의 결함으로 투표지를 인식하지 못해 수작업으로 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이날 아침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부부ㆍ연인ㆍ가족단위 해외 여행객들이 몰려 오전 10시께는 출국장의 줄이 100㎙ 가량 길게 늘어져 수속을 밟는 데 1시간이나 걸렸으며 각 항공사들의 체크인 창구에도 줄이 50㎙이상 늘어서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들어 해외로 나가는 여객기 탑승률이 50%선까지 떨어졌으나 이날 오전에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 방면 여객탑승률이 80%까지 치솟았으며 오후 출발한 괌, 사이판, 방콕 등의 예약률은 100%에 육박했다. ○.전국의 골프장들은 아침 일찍부터 골퍼들이 몰려들면서 주말을 연상케 했다. 대구시 동구의 팔공CC는 주말과 같은 시간대인 오전 5시49분부터 티오프를 했으며 이미 예약을 마친 84팀의 골퍼들이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경북 경산의 대구CC도 주말과 비슷한 133팀의 골퍼들이 예약을 하고 골프를 즐겼으며 신라CC 등 경북 경주지역 골프장들도 '휴일골프'를 즐기는 골퍼들로 성시를 이뤘다. 경북지역의 골프장들은 임시 공휴일인 이날 손님들이 밀릴 것에 대비, 첫 티오프 시간을 평상시보다 10~20분 가량 앞당겨 주말과 같은 시간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국의 투표장은 찾아오는 유권자들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원래 투표 개시 후 1시간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는 것이 상례"라며 "지난 98년 제2기 지방선거와 비교해볼 때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너무 적었다"고 밝혔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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