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스드메' 부르는 게 값…예비 부부들만 서럽다

웨딩 패키지의 실체<br>결혼 앨범 어떤 패키지 구성하든 230만~260만원선으로 정해져<br>최근 3년간 소보원 불만 접수 결과 "계약과 다른 서비스" 절반 웃돌아<br>플래너 없는 개인 고객 따돌리기도



"정보의 비대칭이 극심한 곳이라고 느꼈다. 결국 예비부부들은 바쁘고 준비과정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금융계 회사를 다니는 이한종(가명∙30)씨는 지난 4개월간의 결혼식 준비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2월말 결혼을 앞둔 이씨는 일하느라 바쁜 약혼녀를 위해 남들이 그러하듯 웨딩플래너를 물색했고 그를 통해 식장과 '스드메' 업체를 잡았다.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묶어 부르는 웨딩 업계의 속어다. 식을 올리기 전에 찍는 앨범 촬영에서 예식 당일 신랑 신부 화장까지 포함하는 결혼준비의 핵심 과정을 가리킨다. 웨딩플래너들은 주로 예비부부들에게 스드메 업체를 패키지로 묶어 소개해 결혼준비를 돕는다. 이른바 '스드메 패키지'다. 패키지 가격에는 웨딩플래너의 상담료도 포함돼 있다. ◇스드메 부르는 게 값= 이씨가 웨딩플래너와 함께한 기간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플래너가 소개해주는 스드메 패키지는 접근성이나 수용인원 등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결혼식장 가격에 비해 항목별 원가가 불분명했다. 이씨는 납득할 수 없는 비용 산정의 예로 결혼앨범을 꼽았다. 웨딩플래너가 이씨에게 패키지로 제안한 내용은 '식전 스튜디오 촬영 앨범(20페이지)'과 '결혼식 당일 식장촬영 앨범(10페이지)'. 사진은 많이 필요 없다는 이유로 이씨가 '두 곳에서 찍은 사진을 합쳐 한 권(10페이지)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자 플래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전체 패키지 가격은 두 권(30페이지)을 할 때와 동일했다. 이씨가 가격을 낮추지 않았냐고 따져 묻자 웨딩플래너는 "우리가 제시한 방식이 아니면 결국 맞춤형"이라며 예전과 동일한 가격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오는 4월 초에 결혼하는 박지영(가명∙29∙회사원)씨는 이 같은 상황을 "웨딩플랜의 마법"이라고 표현했다. "주변 친구들도 결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지만 어떤 패키지를 구성하든 가격은 대략 230만~260만원으로 정해진다"고 박씨는 말했다. 커플의 취향은 제각기 다르고 선택하는 업체와 개별적인 내용도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금액대로 수렴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일종의 시장가격 같은 거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도 "업체와 연결된 웨딩플래너가 예비부부들에게 가격 정보를 다 주지 않아 항의를 해도 소용 없다. 어딜 가든 비슷한 가격을 내놓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계약과 다른 서비스" 불만 줄이어=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은 가격 외에도 다양한 불만을 하소연했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원(원장 김영신)에 접수된 소비자불만 상담건수(예식서비스)는 총 5,196건으로 2008년에 1,427건, 2009년에 2,040건, 2010년에 1,729건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은 '계약문제'였다. 업체와 맺은 계약에 문제가 생겨 상담을 요청한 경우는 2008년 68%(983건), 2009년 67%(1,368건), 2010년 58%(1,018건)로 전체의 절반을 웃돌았다. 이는 곧 애초에 약속한 내용과 다른 식으로 결혼 준비가 진행되거나 소비자 뜻대로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가격'에 대해 불만을 지닌 경우는 2008년 21건에서 2009년 35건, 지난해는 99건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예식을 끝내고 나서 예상보다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며 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2008년 33건을 기록했던 '품질ㆍAS관련 불만'은 2009년 92건, 2010년 53건으로 불어났다. 이런 불만을 피하기 위해 예비부부들이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거절하고 자립한다고 해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마냥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플래너 없는 결혼식, 시간과 노력 쏟아야= 강지선(가명ㆍ29ㆍ회사원)씨는 최근 과감히 홀로서기를 선택했다. 대부분 웨딩플래너를 두고 결혼식을 준비하는 요즘 분위기와는 구별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웨딩플래너가 당초에 제시한 가격보다 갑절은 비싼 예산과 시간소모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 있는 업체에 예약을 잡기도 어려웠다. 강씨는 "플래너 없이 업체에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면 단박에 예약을 거절하기도 한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고의든 아니든 플래너가 없는 고객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강씨는 예비 신랑과 준비하는 홀로서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지난해 12월 한 주 차이로 열렸던 지인들의 결혼식에서 받은 충격을 꼽았다. "다른 두 쌍의 결혼이었지만 판박이였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드레스나 머리는 물론 청첩장, 식장 분위기 등 모든 것들이 공장에서 찍어낸 느낌이었다"는 그는 "힘들어도 꼭 혼자 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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