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개혁과 개선/김영종 동아증권 사장(로터리)

우리는 종종 개혁(Reform)과 개선(Gradualism)을 혼동하여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수정이나 보완을 통해 점진적 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개선」이라 한다면 기존질서를 무너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개혁」이다. 우리가 잘아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이에 적용해 보자. 요술할멈이 없었더라면 신데렐라는 착한 마음씨를 가진 아름다운 아가씨로 그녀와 비슷한 환경을 지닌 착한 청년을 만나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예전보다는 나았겠지만 평범한 시민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요술할멈의 마술 덕분에 그녀는 왕자를 만날 수 있었고 일국의 왕비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요술지팡이가 개혁이며 기존틀을 깨고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금 우리 금융계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및 금융의 범 세계화 진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세계금융시장으로의 통합화에 대비,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춘 금융시스템」구축을 위한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개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빅뱅(Big Bang)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금융개혁은 다소간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런던거래소 자체의 과감한 기구 축소와 업무의 민간이양,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인력감축을 통해 경영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었기에 동경거래소에 내주었던 세계 2위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반면 점진적 개선의 대표적 모델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경우 엄청난 무역흑자를 손에 쥐고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는 있지만 국제금융계에서의 일본의 위상은 그저 미국이나 영국의 흉내내기나 뒷북치기가 고작이다. 그 이유는 무소불위의 권위를 지닌 대장성, 급격한 변화를 거부하는 인사제도 및 기업문화가 무한경쟁시대에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공동화로 인해 세계 1위의 자리를 조만간 내줄 것이라던 미국경제가 90년대 이후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70년대부터 시작한 금융개혁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된데 힘입은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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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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