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한민국 난치병 체불임금

최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현실을 취재하면서 두 번 놀랐다. 우리나라에는 체불임금에 대한 연구실적이 전무했다. 일부 선진국에는 체임에 대한 통계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더욱 놀랐다. 선진국은 체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련 통계를 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 1~7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체임 신고 건수는 무려 10만7,929건에 이르며 근로자는 15만5,464명이다. 7월 말 현재 상당수는 해결됐지만 미해결 건수는 여전히 3만6,310건, 근로자는 5만6,158명에 달한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체임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국가들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일본ㆍ영국ㆍ프랑스ㆍ독일과 같은 선진국의 체임 건수는 우리나라의 10~20% 수준이다. 비교가 되는 선진국 대부분이 우리보다 인구가 많고 사업장 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임에 따른 우리의 노동 현실은 참담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체임 발생의 이유로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사업주의 인식이 잘못 형성돼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 운영에 급급한 나머지 근로자 임금은 그동안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물론 체임 발생시 이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해소책은 여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연구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최근 체임 연구를 시작한 한 연구원은 "노동 관련 논문을 찾아봐도 체불임금 분야는 2편 정도 뿐"이라고 토로했을까. 그만큼 많이 발생하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면 당연히 다양한 각도의 연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체임 해결의 핵심은 발생 후 해소가 아니라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선진국처럼 체임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가를 받는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의 틀부터 확립해야 할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