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로다 신임 일재무관] 논쟁보다 협상 능한 신중론자

지난 9일 취임한 일본 대장성의 구도다 하루히코 재무관이 전임자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와 다른 스타일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직설적인 성격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카키바라는 자신의 발언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을 스스로 즐기는 스타일이었지만 구로다는 이같은 전임자와 분명히 다른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구로다는 취임 이후 일본의 경기회복을 위해 성급한 엔고(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 정책기조면에서는 전임자인 사카키바라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사카키바라가 독단적인 스타일로 사사건건 환율문제로 미국과 부딪쳐온 것과는 달리,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구로다는 가능한 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고 싶어한다. 지난 주 미국의 서머스 재무장관이 일본의 환율 조작을 경고했을 때 구로다는 단지 『엔화의 대(對)달러 환율에 특별한 수준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화답했다. 반면 사카키바라는 『자신이 재무관으로 재임한 4년 동안 일본은 환율을 조작한 적이 결코 없으며 서머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특유의 독설로 쏘아붙였다. 실제 사카키바라-구로다 팀은 지난 달 10일 일본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크게 높게 나타났다는 발표 이후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5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일본의 국제금융정책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신임 구로다 재무관이 과거 사카키바라와 같이 결정적인 순간에 시장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고 있다. 구로다는 두 사람 사이의 이미지 차이에 대해, 『사카키바라는 자유분방한 미국에서 공부한 반면 자신은 엄격하고 신사적인 학풍의 영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농담으로 말한 적이 있다. 사카키바라는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구로다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구로다는 그러나 과거 미국이 주최한 공개포럼에서 미국의 일관성 없는 통화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 이면에 고집 센 협상자의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사카키바라는 지난 주 고별 기자회견에서 후임자인 구로다에 대해 『겉으로 부드러워 보이지만 나보다 훨씬 깐깐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4년간 적극적인 성격의 사카키바라에 가려 조용히 지냈던 구로다가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

관련기사



이형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