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창조경제 단기성과 내려면


몇 년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이 경기순환에 따른 것도 부분적으로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2003년부터 5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4.42%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2.28% 낮아졌다. 올해 성장률도 3%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경로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년간 지속된 저성장과 함께 일자리 부족, 양극화 심화, 가계부채 증가, 복지재정 부족 등의 부수적인 문제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나오고 있다. 저성장 경로의 진입은 유럽 선진국들이 1980년대 전후에 이미 겪었고 미국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이미 경험했다. 또한 일본은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 2% 미만의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기술혁신만으로 성장지속 어려워


경제성장을 연구하는 거시 경제학자들은 저성장 경로로부터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오래 전부터 '기술혁신'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해법을 알면서도 실행에 성공한 나라는 매우 드물다. 미국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정보기술(IT) 혁신을 바탕으로 이룩한 생산성 향상을 전산업에 확산시킴으로써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을 유지했던 것이 최근의 성공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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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우리 경제를 저성장 경로로부터 이탈시켜서 지속 가능한 높은 성장을 유인하는 방법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제가 이전의 경제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또 창조경제가 어떻게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고 국민에게 경제적 번영을 어떻게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이 정확하게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핵심내용은 역시 기술혁신을 모든 산업에 일상화시키는 것이다. 이전 기술혁신과의 차이점은 기존의 기술혁신이 주로 과학적 창의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창조경제에서는 문화ㆍ예술 창의성과 경제적 창의성을 융합해서 기술혁신 범위를 더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들이 검토되고 입안되고 있다.

예술적 창의성 더해 부가가치 높여야

그런데 이런 정책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기술혁신의 특성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창조경제로부터 경제성장의 과실이 나오기까지는 아마도 10년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둘째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혁신은 연구개발투자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가지는 천재적 창조성은 연구나 교육예산을 투입해서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기여도를 보면 기술혁신보다 기술확산(기술활용)이 훨씬 크다. 그 이유는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개발을 해도 그 기술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 경제적 성과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술혁신의 특성을 살펴보면 창조경제의 성과는 오랜 시간 후에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는데 현재의 경제상황은 흘러가는 세월을 지켜볼 만큼 한가로운 것이 아니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기술정책은 장기적 목표와 함께 단기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술적 창의성으로 기존 기술혁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조직과 인력관리 변화로 비용을 줄이는 '소프트 기술혁신'이나 도ㆍ소매 유통, 관광, 숙박 및 음식점 등의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의 '서비스 기술혁신'을 모든 산업에 확산시키는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성과를 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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