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 ‘일자리 창출’ 불안만 창출

지난 5일 미 노동부가 밝힌 2월 새 일자리 창출 현황의 충격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새 일자리가 13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고작 2만1,000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엄청난 계산 착오에 당혹해 하면서 그 원인을 찾기 위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대선 쟁점 차원을 넘어 미국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정책연구소의 로렌스 미셸 소장은 “경제의 총체적 문제점이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 전문가들은 2월에 투자, 산업활동, 수출, 소매 매출이 증가하며 고성장을 이어갔는데 고용만 뚝 떨어진 점에 대해 난감해 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은 거의 20년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었다. 의회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선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아웃소싱`이 큰 역할을 했다는 다소 감정적 의견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과 고용의 동반자 관계가 깨졌다”고 보고 있다. 즉 1인당 생산성이 기록적으로 향상되면서 미국 산업이 더 적은 고용으로 더 많은 산출을 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투자 자본 대부분이 시설의 증설이 아니라 시설의 개선과 효율화에 쓰이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JP모건프라이빗 은행의 잭 캐프리는 “지금 일자리 창출을 시작하지 못한다면 기업 수익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9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종합지수 2,000선이 붕괴됐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 평균 6만 개의 일자리가 느는 데 이 정도로는 산업생산 증가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시직만 증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창출되는 일자리 수도 문제지만 질이 더 큰 문제”라며 “미국 근로자 중 430만명이 임시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후 미국의 민간 부분에서 창출된 29만개의 일자리 중 21만5,000개가 임시직이었고, 서비스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3만3,000개 중 정규직은 고작 1,000개에 불과했다. 경제학자 드류 매터스는 “쥐꼬리 같은 일자리 창출은 그나마 임시직으로 부풀려진 것”이라며 “저질 일자리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의 감세 정책은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보다는 시설 투자에 더 집중하게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올 봄을 고비로 고용이 회복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노동부 보고서가 일자리 수를 적게 반영하는 등 현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GKST투자은행의 브라이언 웨스베리는 “취업률이 과소 평가되면서 생산성이 과대 평가됐다”며 “생산성향상이 처음에는 고용을 끌어내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다른 부분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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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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