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9일] 바비 인형

내일 모레면 50줄인 섹시 아이콘. 쉬지도 않고 불평도 없이 1조원을 벌어준 달러박스. 외설만화 주인공에서 소녀로 변신한 플라스틱…. 누굴까. 바비 인형이다. 전세계에서 2초마다 1개꼴로 팔린다는 바비 인형이 탄생한 것은 1959년 3월9일. 뉴욕 장난감전시회에서다. 바비 인형의 산모는 루스 핸들러. 1945년 공동 창업한 마텔사의 이사로 지내던 루스는 딸 바버라에서 ‘바비’라는 이름을 얻고 독일 신문에 연재되던 포르노그라피의 여주인공 ‘릴리’에서 39-18-33이라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몸매를 따왔다. ‘인형은 귀엽고 통통해야 팔린다’는 통념이 지배하던 시절, 전문가들은 바비의 앞날을 어둡게 봤다. 전망을 비웃듯 ‘롱다리 쭉쭉빵빵’ 바비 인형은 불티나게 팔렸다. 최대 고객층은 아이들. 1950년대 어린이 소비자들은 귀여운 장난감 대신 바비를 골랐다. 마침 인기를 끌던 재클린 스타일로 꾸민 바비 인형은 미국 시장을 휩쓸었다. 속속 선보인 친구와 형제자매 인형까지 히트하자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바비에게 의상과 보석을 대겠다고 줄을 섰다. 바비는 플라스틱 여신으로 자리잡았다. 바비의 상업적 성공은 거센 논란을 낳았다. 의사ㆍ여군ㆍ대통령ㆍ운동선수로 분장을 거듭하며 여성의 사회진출에 기여했다는 찬사의 뒤편으로 외모지상주의와 왜곡된 미의식을 낳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수많은 바비 동호회가 생겨난 반면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를 패러디한 BLO(바비해방기구)가 등장, 인형 진열대를 습격한 적도 있다. 긴 다리와 풍만한 가슴의 체형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아시안들은 바비의 백치미에 유독 약한 것 같다. 2005년 52억달러를 기록한 마텔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채워주는 해외시장 가운데 가장 큰 시장이 아시아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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