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뭉칫돈, 유동성 증가에 다시 불 지피나.’ 제주를 필두로 연내 혁신도시 10곳 중 8~9곳이 착공될 예정인 가운데 이들 지역 토지보상금의 80~90%가량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여 시중 유동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동성 지표인 광의유동성(L)은 지난 7월 들어 콜금리 인상 등으로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돼 통화당국이 한시름 덜었으나 보상금 본격 방출에 따라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재정경제부ㆍ건설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잠정 추산한 혁신도시 10곳의 토지보상비 총액은 4조5,000억원. 토지보상에 들어간 곳은 10곳 중 제주ㆍ경북ㆍ대구ㆍ경남 등 4곳이다. 이달 중순까지 토지보상률(면적 기준)을 보면 제주 70%, 경북 55% 등을 기록했을 뿐 대구(6.2%)ㆍ경남(7%) 등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제주를 포함해 연내 8~9곳의 혁신도시를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혁신도시 토지보상의 경우 과거에 풀린 돈이 쥐꼬리라면 앞으로 나갈 돈은 뭉칫돈에 비유할 수 있다. 건교부ㆍ주택공사 등은 총 예상 보상액 4조5,000억원 중 5,000억원가량이 풀렸고 앞으로 4조원이 순차적으로 대기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추산 4조5,000억원은 순수한 토지보상비로 지장물 보상 금액 등을 고려하면 보상비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상금이 채권으로 풀리든 현금으로 방출되든 간에 유동성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올 들어 6월까지 시중 유동성의 폭발적 증가는 금융기관이 주도했다. 금융기관 유동성(Lf)은 전월비 기준으로 3월 12.9%, 5월 18.6%, 6월 27.0% 등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금융기관 유동성 증가율은 7월 들어 콜금리 인상 등으로 잔액이 6월보다 감소하면서 -1.5%를 기록했다. 반면 혁신도시 토지보상금으로 정부 유동성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토지보상금(채권 포함) 등이 포함된 정부ㆍ기업의 유동성 잔액은 2006년 말 300조원에서 2007년 7월 344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4조원 증가했다. 이 부문의 전월비 기준 증가율은 올 4월 10.4%, 5월 6.7%, 6월 8.0%, 7월 3.2% 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7월에 Lf가 1.5%, 광의통화(M2)가 2.3% 감소한 데 비춰보면 정부 등의 7월 증가율 3.2%는 작지않은 수치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광의유동성에서 정부 등의 비중이 2003년 14%에서 행정도시 등의 보상에 따라 올 7월 17.6%로 높아졌다“며 “정부 부문의 유동성이 전체 통화량 증가를 촉진하고 있는데 혁신도시 뭉칫돈마저 본격적으로 풀릴 경우 정부발 유동성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도 작지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