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부진은 애니콜 탓?’
‘애니콜’ 휴대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이 지난 상반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도 ‘고개숙인 남자’가 됐다. 2ㆍ4분기 휴대폰 영업이익률이 전분기에 비해 10% 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삼성전자 실적부진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았기 때문.
그렇다면 잘 나가는 줄로만 알았던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정말 주춤했던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가 정답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은 상반기 전세계에 총 4,30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00만대보다 무려 72%나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2ㆍ4분기만 따져봐도 2,270만대로 전년동기(1,200만대)보다 89%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도 상반기 61%, 2ㆍ4분기 65%의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외형을 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실적인 셈이다.
영업이익률도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21.4%로 경쟁사인 노키아(16.7%), 모토롤러(9.9%)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문제는 2ㆍ4분기였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ㆍ4분기 26.1%보다 10% 포인트나 떨어진 16.7%에 그쳤다. 가격경쟁이 치열한 북미지역에서의 공급단가 인하와 2ㆍ4분기에 집중된 올림픽 마케팅 비용 등이 원인이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1ㆍ4분기엔 신제품 출시가 적었고 마케팅 비용이 집중될 2ㆍ4분기에 대비해 돈줄을 풀지 않았기 때문에 이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ㆍ4분기 영업이익률 16.7%는 노키아(13.0%), 모토롤러(10.1%)보다 월등한 성적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의 바로미터인 북미시장의 상황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북미시장에서 1,250만여대의 휴대폰을 팔아 이전까지 큰 격차를 보였던 모토롤러ㆍ노키아를 단숨에 따라잡았다. 1,250만대는 지난해 연간 공급량과 엇비슷한 실적이다.
가격경쟁의 여파로 삼성전자의 이익률은 다소 줄었지만 그 대신 점유율과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경쟁사들은 점유율과 이익률 면에서 상대적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벤츠가 저가의 중소형 자동차를 출시하더라도 다른 회사의 중소형 자동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값비싼 고급제품”이라며 “시장의 본질적인 경쟁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