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결항새태 빚어도 '무심'공항·항공사 위기관리 '한심'
지난 7일 쏟아진 폭설과 9일 오전부터 내린 눈으로 국내ㆍ국제선 여객기의 결항사태가 계속되면서 공항공단과 항공사측의 위기관리 능력에 비난히 쏟아지고 있다.
9일 한국공항공단과 항공사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20분 서울발 제주행 대한항공 KE1299편이 정상 출발하는 등 김포공항의 국내선이 일시적으로 운항됐으나 오전부터 또 다시 많은 눈이 내리면서 국내, 국제선에서 결항ㆍ지연사태가 속출했다.
대한항공은 오전 8시40분께부터 전국 16개 공항을 잇는 국내선을 모두 결항시켰다가 이날 오후 5시께 운항을 부분 재개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제주(왕복)노선을 제외한 국내선 전구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속이 중단돼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항이용자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공항공단과 항공사측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공단측은 "활주로의 제설작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뤘으나 항공기 몸체의 눈을 제거하는 제빙(De-icing)작업이 늦어져 결항사태가 초래됐다"고 주장하며 항공사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공사측은 "제빙작업의 지연에도 부분적으로 책임은 있지만 눈이 오자마나 활주로의 제설작업에 들어가야 했는데 지체하는 바람에 결항을 더욱 부추겼다"고 맞섰다.
현재 대한항공은 제빙기를 11대, 아시아나항공은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제빙기 1대의 가격이 보통 수 억원씩하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평년 적설량을 기준으로 최소한의 제빙기만 보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빙기를 이용해 비행기동체의 눈을 제거하는 데는 보잉 747 대형기의 경우 30분 정도 걸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항 출입국장에는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곳곳에서 항의 및 시위 사태가 벌어졌다.
탑승대기 승객이나 도착 승객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결항 및 지연사태에 대해 항공사나 여행사측이 적절한 안내를 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보상과 사과 등을 요구하며 밤늦게까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9일 오전에 사업차 부산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김모(38ㆍ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씨는 "결항에 대해 공항직원이나 항공사직원들은 단지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후속조치에 관해서도 직원들 마다 말이 달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비행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는 데는 항공청-공단-항공사 간의 유기적인 결합이 생명이다"라며 "폭설과 같은 비상사태때 공단과 업계의 원활한 위기관리 협조가 안되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