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자금줄을 관리해 온 파르핫 오마르 벵다라 리비아 중앙은행 총재가 돌연 잠적해 그의 행적을 두고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벵다라 총재는 약 2주 동안 리비아를 비운 채 잠적해 있다 이를 보도한 파이낸셜타임스(FT)에 8일(현지시간) 이메일을 보내 자신이 터키 이스탄불에 머물고 있다고 연락해왔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직은 현 재무장관이 임시로 수행하게 될 것”이며 “리비아 사태가 마무리되면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벵다라 총재의 터기행을 두고 그가 카다피 정권을 뒤에서 돕고 있는지 반대로 반정부 시위대와 협력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어 리비아 내부에서도 그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고 FT는 전했다.
신문은 반정부 시위대들은 카다피 정권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가 내려진 상황에서 벵다라가 카다피 일가의 자산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행적을 뒤쫓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리비아 관리들도 그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의문의 행적을 두고 일단 국제금융계에서는 벵다라가 친카다피 진영에서 이탈한 또 한 명의 공직자로 보는 시각이 많다. 벵다라가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하고 있는 벵가지 출신으로 ‘반골’ 기지가 있는 인물로 꼽힌다. 또 그가 2006년 중앙은행 총재에 오른 뒤 외국 자본에 문호를 적극 개방하는 등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던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그가 반정부 시위 이후 스위스에 잠시 머물 당시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관측통들은 그가 젊은 시절 카다피 친위 세력인 혁명위원회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데다 카다피의 아들 세이프-알 이슬람의 도움으로 중앙은행장직에 올랐다는 점을 들어 서방진영의 자금줄 동결을 뚫고 내전에 필요한 카다피 비자금을 끌어 모으는 모종의 특명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FT에 보낸 이메일에서 “국제사회가 리비아 중앙은행의 자금통로를 옥죄는 것은 인도주의 측면에서 재앙”이라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