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확깨는 캐릭터 발칙한 상상력

이재용 감독 신작 '다세포 소녀'



다세포 소녀 오프닝 크레딧에 보면 ‘이감독 감독 작품’이라는 독특한 문구가 나온다. ‘이감독’은 영화를 만든 이재용 감독의 예명. ‘정사’‘스캔들’을 연출했던 이재용 감독은 ‘다세포’소녀를 당초 본인의 이름이 아닌 ‘이감독’의 작품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름을 바꿀 만큼 완전한 변신을 추구했던 것. 그 변신은 성공했을까? 적어도 ‘다세포 소녀’를 보며 이재용이란 인물을 떠올리기는 힘들다. 그 동안 주로 진득하고 진중한 멜로물을 만들어왔던 전작들의 감수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그간 해왔던 남녀간의 미묘한 심리변화 대신 소위 21세기 청춘들의 ‘깨는’ 감수성을 담았다. “다양한 캐릭터를 즐기는 영화”라는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특정한 스토리 보다는 각각의 독특한 인물들이 나오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등장시킨다. 삶을 짓누르는 가난을 늘 등에 업고 다니는 소녀(김옥빈), 엽기적 성적 취향을 가진 전교회장 소년(이용주)과 부회장 소녀(남호정) 커플, 신체적 조건 때문에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외눈박이(이켠), 외눈박이의 동생인 아름다운 남학생 두눈박이(이은성), 스위스 꽃미남 안소니(박진우)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독특하다. 이런 인물들을 바탕으로 영화는 기존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발칙한 상상력을 풀어 놓는다. 원조교제를 하기 위해 조퇴를 해야 한다는 여학생에게 교사가 “잘 다녀오라”며 따뜻한 말을 건넨다던가, 여학생들을 얌전한 모범생으로 만드는 교장의 정체를 캐봤더니 천년 묶은 이무기였다는 식의 전복적 유머가 가득하다. 다만 이 같은 유머들은 유기적으로 엮여 있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 기둥줄거리 없이 2시간동안 진행되는 영화는 어떤 에피소드는 재미있고 어떤 에피소드는 지루하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전체적으로 남는 느낌은 ‘혼란스럽다’는 것. 차라리 이재용 감독 특유의 멜로적 감수성을 영화에 담아 보는 것은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까지 든다. 원작 만화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에 감독 특유의 영화구성능력이 더해졌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었을 듯. 때문에 이재용 감독의 변신 프로젝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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