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도덕불감증에 빠진 현대캐피탈

"(2월에 해킹을 당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확인했습니다." 지난 8일 밤 기자가 현대캐피탈로부터 받은 전화 내용이다. 현대캐피탈이 고객 42만명의 정보가 해킹 당했다며 배포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기사가 인터넷에 뜬 직후였다. 회사 측은 기사에서 해킹을 당한 최초 시점이 2월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만큼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확인이 안 되는 것이냐 사실이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현대캐피탈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친절하게 다른 언론사도 수정하기로 했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의 주장은 단 이틀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해킹이 시작된 것은 2월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현대캐피탈이 관련 내용을 축소하려고 했거나 아니면 해킹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해당 사항을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거짓말을 했거나 무능력하거나 둘 중 하나인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당시에는 몰랐다"며 "짧은 순간에 너무 많은 상황이 변했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직원이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에 대한 신뢰는 이미 깨졌다는 게 금융권이나 언론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언론대응 문제뿐만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8일에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정도만 유출됐을 거라고 밝혔지만 결국 신용등급 등 핵심정보까지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킹을 당했다고 발표하는 순간에도 뭘 어떻게, 언제 당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무능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해킹으로 고객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현대카드나 현대캐피탈은 마케팅에만 신경을 쓰느라 정작 중요한 보안에는 소홀했던 게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 사장은 피해고객에 대한 대응과 별도로 조직 정비가 시급한 문제라는 금융권 선배들의 조언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고객피해에 대한 대응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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