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품산업을 살리자] 1. 중소부품산업 육성 방향

산업의 뿌리이자 중추인 부품·소재산업이 신산업정책의 핵심으로 들어서고 있다.정부가 벤처기업 육성과 함께 부품·소재산업의 발전·육성을 디지털시대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필수과제로 지목한 것이다. 취약하기 이를데 없는 부품·소재산업으로는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이 더욱 확산될 21세기에 생존마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그 출발점이다. 외환위기를 전후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이어진 부도도미노는 사실 국내 부품산업의 취약성이 근저에 깔린 것이었다. 그 결과 일본의 경제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의 집중 표적이 되기도 했다.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이 한국 경제의 최대 약점이라는 핀잔이었다. 이젠 실패해선 안된다. 비효율적 비만형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부품·소재산업의 육성은 발등의 불이다. /편집자 註 ◇국내 부품산업의 실태 = 차세대 벤처주자로 촉망받던 C사의 L사장은 최근 큰 고민에 빠져있다. 세계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광대역통신망 기술이 집적되어 있는 반도체를 설계했으나 제품을 만들 엄두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대만지진 때문. C사는 그동안 설계를 완성한 제품의 공정을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한 대기업에 맡겨왔으나 대만지진으로 일시적인 반도체특수가 일자 대기업의 임원은 빈 공장라인이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안정적인 공정을 약속해오다 느닷없이 반도체 제작을 거부하니까 아찔했습니다. 납기일은 코앞에 와 있는데...』 L사장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는 납기일을 맞추지 못할까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부품산업의 문제는 수직·종속적으로 짜여져 있는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대부분 출발한다.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대기업과 중소 부품업계와의 전속관계는 이상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대기업이 이익의 상당부분을 취하고 중소 부품업체는 부스러기정도를 챙길 정도이다. 제품을 주문하는 대기업이 항상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군포의 배터리팩제조업체인 D사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다 대기업의 일방적 주문 취소로 결국 부도를 맞은 케이스. 『L사에 매달 평균 30억원어치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L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선주문마저 취소해 버렸어요』 고정적인 매출을 믿고 착수한 기술개발계획은 결국 완성단계에서 물거품이 되버렸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은 다품종 소량의 주문생산에 의존하는 영세한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계업종의 경우에는 종업원 50인 이하의 영세중소기업이 부품·소재산업의 93.7%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대기업에 전속적, 수직적 계열기업 형태로 종속되어 있어 자생력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는 엄두조차 못낸다. 핵심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범용제품을 주로 생산할 수 밖에 없다. 수출이 늘어날수록 부품수입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부품·소재산업의 실상은 휴대폰 액정화면을 보호하는 유리조차 수입에 의존할 정도로 취약하기 그지없다. ◇부품산업 육성 방향 = 산업자원부는 그동안 완제품 위주의 성장정책으로 수입유발구조가 촉발됐다고 보고 부품·소재분야의 중소기업들을 대형화시켜 새로운 핵심산업조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분야를 육성하기 보다는 기계류,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금속소재, 화학·섬유소재를 핵심 부품·소재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산자부는 500억원규모의 기업개선펀드를 설립하는등 중소 부품업계의 자생기반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5일 자동차3사 사장들의 자율 결의 형식을 빌어 자동차부품업체의 제품유통을 가능케 한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애프터서비스(A/S)용, 보수용 부품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부품판매전문회사를 설립할 경우 자금과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전문 부품업체의 대형화를 적극 유도할 예정이다. 부품·소재업체들 간에 기업인수합병(M&A)를 할 경우 금융 세제상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 산자부는 관련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부품업체간 M&A에 따른 유휴자산 매각시 올해말까지만 인정하고 있는 특별부가세 면제기간을 연장해 줄 계획이다. 또 M&A로 인해 중소기업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도 세법상 유예기간(2년)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유예기간인 3년으로 조정키로 했다. 이와함께 전문 부품·소재업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범위를 완화해 현재 종업원과 자산총액기준을 동시에 충족(병행주의)하도록 되어 있는 기준을 택일주의로 전환시킬 예정이다. 전문기업의 대형화 유도와 함께 선도기업(STAR COMPANY)제도 도입은 이번 부품산업육성정책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산자부는 5대핵심 부품·소재분야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컴퍼니를 발굴해 기술개발자금 우선지원, 신용보증 우대 지원, 세액공제, 공공부문 우선 구매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6일 공청회에 참석했던 전문가들은 일단 정부의 밑그림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는 그러나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책이행점검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정부가 2~3년에 한번 꼴로 부품·소재 산업 종합발전계획을 재탕,삼탕식으로 남발하고도 번번이 성과도출에는 못미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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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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