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0일] '개방과 폐쇄' 두 얼굴의 애플

최근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이 '폐쇄성' 때문에 질타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애플이 오는 6월 발표될 예정인 아이폰 4.0와 관련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일부 경쟁사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데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애플은 개발자를 대상으로 배포한 아이폰 4.0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에서 어도비의 플래시와 자바스크립트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애플이 제공하는 프로그래밍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를 한 것이다. 애플의 폐쇄성은 컴퓨터 매킨토시에서부터 시작된 남다른 문화다. 운영체제(OS)와 소프트웨어를 다른 업체들과 공유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고유체제로 국한시켜 유지하는 문화가 그것이다. 그동안 애플이 비주류에 머물러 있을 때는 문제 되지 않았고 오히려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무기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아이팟ㆍ아이폰으로 이어지는 대히트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규제 대상으로 부상한 셈이다. 미국의 FTC는 좀처럼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지 않는 기관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 세계 컴퓨터 OS를 독점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대상으로 경쟁업체에 대한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실시했다. MS는 과거 초대형 통신업체 벨처럼 여러 개 회사로 쪼개지지 않기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며 수년간 곤욕을 치렀다. 애플의 경우 혁신기업이라는 외관과 달리 기업운영 방식은 지나친 보수성을 띠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감정적인 언사도 폐쇄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실정이다. 특히 아아폰ㆍ아이패드에 어도비의 플래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기술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앱스토어를 모든 개발자에게 개방함으로써 단숨에 세계 모바일 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애플이 이제는 되레 폐쇄적 정책 때문에 비난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폐쇄성에 대한 질타는 애플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부각 될 수밖에 없다. 애플이 경쟁 제한 때문에 여러 개의 회사로 쪼개진 벨의 길을 답습할지 아니면 새로운 개방의 길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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