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목요일 아침에] 또다른 대재앙 인구감소

김인모 <논설위원>

우리나라도 어느새 아이 안 낳는 사회가 됐다. 15~49세의 가임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숫자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1.19명을 기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 83년 인구의 현상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대체출산율이 2.1명보다 낮아지기 시작해 이대로 간다면 당장 오는 2021년부터 전체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더욱 난감한 것은 출산율 저하와 함께 노령화 속도도 너무 급박하다는 사실이다. 2000년 65세 이상 노인비중이 7.2%로 고령화사회에 도달한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노인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88년 걸린 미국이 오는 2030년에, 36년 걸린 일본이 내년에 초고령사회로 돌입하는 데 비해 우리는 훨씬 더 앞당겨 다가오는 셈이다. 국가마다 저출산과 노령화의 속도가 다르기는 하나 지난 100여년 동안 각국의 출생률과 사망률이 빠르게 일정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사실은 후진국일수록 인구감소 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입증한다. 인구대국 중국의 출산율마저 1.69명으로 2040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우리나라도 2001년 추계에 비해 올해 추계에서 총인구 정점도달 연도가 3년이나 앞당겨진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저출산과 노령화가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줄어들면 우선 성장잠재력이 훼손된다. OECD는 현재 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0.5% 정도 낮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는 생산가능인구 7.9명당 노인 한명을 부양하지만 2020년에는 4.6명당 한명을 부양해야 한다. 또 고령화가 가속화하면 국민연금 등의 고갈 가능성은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세대갈등의 양상을 띠고 있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더욱 낮아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가계소득의 정체가 출산율 저하를 부추겼다고 보여진다. 높은 경제생활에의 기대와 하락 추세로 반전한 도시 근로자의 실질임금 역시 맞벌이 부부가 될 것을 강요해 추가출산을 막고 있다.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교육기간은 더 길어지고 결혼연령은 더 높아져 여성의 출산가능 기간을 더욱 단축시키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제 우리에게 저출산-노령화 문제는 발등의 불이 됐다. 노동생산성의 하락과 소비침체가 경제성장의 둔화를 야기해 실업률 증가와 소득감소로 이어지고 결국은 저출산이 고착화하는 ‘늙은 국가’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시적인 출산ㆍ보육수당이나 자연분만 진료비 지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이 겪고 있지 않는 과다한 자녀 교육비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그리고 악화일로에 있는 청년실업 등이 해소돼야 한다. 특히 비효율적이면서도 엄청난 사교육비만 요구하는 사회라면 기하급수적인 인구감소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인구정책은 머지않아 선진국으로 나가느냐 아니면 후진국으로 남느냐는 중요변수가 될 것이다. 정부는 먼 훗날의 일이라고 방관할 게 아니라 퇴직연령 연장이나 여성인력 활용 등 다각적인 인구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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