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서 폭풍이 일어난다.'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에서 나오는 이른바 나비효과. 나비효과란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초래하는 것을 표현한 과학이론이다. 그런데 이런 나비효과는 자연과학의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역사의 물줄기 안에서도 이런 기묘한 상호연관관계는 종종 일어난다. 11세기 중세 유럽의 상속법이 걸프전쟁에 쓰인 최신형 폭탄 발명을 초래했다면 믿겠는지. 또 18세기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이 컴퓨터 발명과 연관관계가 있다면 이를 수긍하겠는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시시콜콜한 것을 많이 알고 있는 학자일 제임스 버크는 이런 생뚱맞은 것들의 관계를 진짜로 찾아낸다. "1978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공으로 인해 유럽에 소개된 이집트식 비단 숄은 곧 프랑스 사교계에 유행했고, 이 숄은 자카르식 자동직조기에 의해 자동생산됐다. 이 직조기 기술은 미국 공학자 허만 흘러스키가 천공카드를 이용한 계산기를 발명한 계기가 됐고, 천공카드 기술은 최초의 전자컴퓨터 에니악(ENIAC)의 탄생원리가 됐다." 버크는 이렇게 사소하게 연결된 수많은 지식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 모든 지식을 묶어 놓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지식의 연결체가 '핀볼 효과'라는 한 권의 책에 집약돼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생각하는 법'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밝힌다. 인터넷, 인공위성 등으로 전세계는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이제 원하는 지식은 언제라도 앉은 자리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런 시대에는 지식을 '아는' 것보다는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가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제임스 버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지식을 연결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핀볼효과'를 통해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책은 이런 복잡한 상호연관관계에 주목하지 않더라도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과학사와 역사를 가로지르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수백가지에 이르는 책 속의 정보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