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경영의 신격화를 조심하라


한때 초우량 기업의 비결을 찾는 일이 유행했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우량 기업을 넘어 좋은 기업, 나아가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한 해법이라고 일러주는 경영서가 범람했다. 무엇이든 원칙과 방법서로 정리하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을 자극할 테니 잘 팔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고객가치, 유연성 등 실천목록에는 황홀한 아이디어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사회공헌, 직원만족까지 더하면 그런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숭고하기까지 하다. 경영의 신격화에 다름 아니다. 기업이 모든 가치를 다 실천할 수 없는 것처럼 최고경영자도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은 이런 비교의 소리를 들었다. 전략기획은 장량보다 못하고 재무기획은 소하보다 못하며 영업능력은 한신보다 못하다. 그런데도 유방은 어떻게 중원의 최고경영자가 됐을까. 바로 이런 전문가들을 골라서 쓸 수 있는 선구안 때문이다. 때로는 디테일에 대한 의도적 무지도 최고경영자의 덕목일 수 있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라. 시시콜콜 간섭하지 마라. 당신이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규모의 회사라면 이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지 사장 개인의 역량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말해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는 회사라면 더 이상 성장하기는 글렀다고 봐야 맞다. 그러니 최고경영자는 밑에서 자기를 너무 높게 띄우지 않는지 늘 살펴보고 조심할 일이다. 밑에서는 언제든 사장의 어떠한 지적에도 박수치고 감동할 준비가 돼 있다. 어떻게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느냐고 감탄해 마지않는다. 당신이 없으면 회사는 큰일 날 거라고 굽실거린다. 지시했던 모든 사항들이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보고가 올라온다. 당신은 타고난 경영의 달인인 듯 우쭐해진다. 이렇게 해서 적지 않은 최고경영자들이 위험한 신격화의 과정에 들어선다. 현실에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결과는 자신이 고른 임원들 앞에서 사실상 광대가 되거나 직원들로부터 소외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아니면 둘 다든지. 임기가 끝날 즈음에는 재추대를 받아야 마땅하다. 검증 과정을 생략한 내부 강화작용을 거쳐 장기집권의 무리수가 도모된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은 스토리를 구성하고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그들이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얘기해주는 것이다. 물론 논리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통찰이 틀리더라도 임직원들에게 일의 가치와 방향성을 부여해야 한다. 대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최고경영자들이 디테일과 자잘한 숫자를 따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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