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쳐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곳곳에 인터넷이 가져온 변혁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제도나 가치관ㆍ교육 등 사회문화시스템이 이를 제대로 좇아가지 못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학자 W F 오그번이 지적한 ‘문화지체현상’의 21세기형 심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 가져온 여러 가지 사회변화 중 산업경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앞서 언급한 21세기형 문화지체현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시장 대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하던 지난 90년대 중반 대부분의 인터넷비즈니스맨들이 먼저 집중한 시장은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서적ㆍ음반ㆍIT하드웨어 등 직접 가서 만져보고 두들겨보고 입어보지 않아도 되는 표준화돼 있는 공산품 시장이었다.
그러나 십수년이 흐른 지금 표준화돼 있는 상품을 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들 중에서 제대로 성공한 회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며 아마존 같은 경우도 실질적으로 이베이와 같은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사업구조를 변경해온 지 오래된 상태이다.
인터넷으로 거래하기 쉽다고 믿은 표준화된 공산품들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이 가장 크게 간과한 것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바로 가격이라는 점이다.
이는 가격비교 사이트의 등장을 통해 강화되기 시작했으며 공산품의 가격이 생존을 위해 더 이상 할인할 수 없는 동일한 최저가로 수렴하고 있다. 즉 인터넷을 통한 필요충분한 정보의 공급이 이러한 최저가 ‘일물일가’의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남들도 제조 또는 공급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서 수익을 크게 창출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가격 이외의 차별화된 가치를 부가할 수 있는 상품들만이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이야기가 된다. 디자인 비중이 높은 제품 또는 고유성을 갖게 되는 문화예술 콘텐츠, 경쟁자들이 생산할 수 없는 첨단 하이테크 하드웨어 등과 같이 가격비교만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없는 재화들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장의 상대적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며 실제 전자상거래 시장의 여러 가지 통계자료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에서 생산 또는 유통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가지거나 가격비교가 용이하지 않은 상품들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고유성과 차별성을 갖기 힘든 상품들의 시장은 점차 1차 산업의 특성들을 갖게 돼 수익성이 낮아지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 가져온 많은 시장변화 중에서 이러한 흐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