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버냉키 출구전략 시간표 제시] 속도조절 실패땐 더블딥 우려… 대미수출 확대 기회 분석도

■ 국내 경제 시나리오<br>금리 오르면 가계빚 뇌관 터져 소비 둔화 등 실물경제 타격<br>정부 "위험지수별 맞춤 대응"<br>통화스와프 확충 방안도 검토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한 딜러가 20일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자 심각한 표정으로 가격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김동호기자

미국의 출구전략 밑그림이 나온 것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데 대해 우려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확인된 만큼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는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이 시장과의 소통부재나 속도조절 실패로 스텝이 엉킬 경우 전세계는 '이중침체(더블딥)'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금리인상에 따른 쇼크가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최악 시나리오는 '더블딥'=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계획이 알려지자 신흥국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은 하루 종일 요동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유하자면 아프던 환자가 강한 주사를 맞다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니 주사량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환자의 통증이 심해지겠지만 동시에 긍정적 의미도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의 출구전략이 미국의 경기회복세를 반등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미국 수요가 살아나 수입이 증가하면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율상승과 맞물려 경상수지 개선에 보탬이 될 경우 하반기 한국 경제의 매력이 더 부각될 수 있다.


금리상승이 우리 경제의 복병인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리상승은 실물경제, 특히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쳐 소비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비용이 늘면서 조선ㆍ해운ㆍ건설 등 취약업종은 유동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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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출구전략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빠를 경우 각국의 동시다발적이고 급격한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으로 더블딥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자본유출의 위험에 따른 정부당국의 관리감독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당국은 직접적인 외환건전성 규제보다 시장에 대한 관리감독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급격한 자본유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금융시장위험지수'로 시나리오별 대응=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시장 반응을 모니터링하면서 정부가 마련해둔 시나리오별 대응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원화 환율과 ▲국채금리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일일 외환유출 규모 등 주요 지표를 바탕으로 일종의 '금융시장위험지수'를 작성하는 한편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같은 식으로 수위별 맞춤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상황별 대응지침도 마련돼 있다.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환이 빠져나가는 경우와 실물경기가 나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탈출이 일어날 때의 대응은 완전히 달라야 하고 이에 따른 대책도 이미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응방안으로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와프를 확대하거나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와 같은 다국 간 금융안전망을 확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현재 상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퍼펙트스톰(동시다발적 악재에 따른 대규모 경제위기)'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국장은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 경제가 그만큼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정책"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크고 원자재 수출 비율이 높은 나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지만 우리처럼 펀더멘털이 괜찮은 나라는 피해가 덜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세계가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5년 전과 달리 당분간은 국가 간 차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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