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기업도 자금파이프 막혀간다

주요 대기업 이미 적신호... 84%가 자금난 비상

국내 간판급 대기업들의 84%가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마다 이미 유동성위험관리에 돌입, 회사채 발행규모를 대폭 늘리거나 단기차입을 확대하는 등 ‘돈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실물경제마저 급속히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기업마다 장기불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이 속속 가동되는 모습이다.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치를 내놓은 83개 상장사의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연결재무제표기준) 전망치(시장 컨센서스)는 7월 말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이 기간동안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감소세를 보이는 곳은 70곳에 달했으며, 특히 적자로 돌아선 곳이 12곳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하면 해당 기업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심각한 경영난을 맞게 된다. 지난 7월 말 이후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로 전환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 CJ제일제당과 CJ E&M, 현대상선, 삼성물산, 한국가스공사, 서울반도체, 한화, LG산전 등 12곳으로 굵직굵직한 기업이 많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잉여현금흐름이 440억원 흑자에서 1,472억원 적자로, 삼성물산은 3,004억원 흑자에서 2.042억원 적자로, CJ제일제당은 1.621억원 흑자에서 1.525억원 적자로, 현대상선은 2,248억원 흑자에서 1,764억원 적자로 각각 전환했다. 주요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잉여 현금흐름 전망치가 5조3,395억원으로 7월 말 5조9,311억원보다 9.97% 줄었다. 현대차(-83.47%), 현대중공업(-51.55%), 하이닉스(-46.81%), LG화학(-54.44%), 현대모비스(-43.94%), 롯데쇼핑(-66.85%), 호남석유(-43.48%), 현대건설(-80.75%) 등 대부분 간판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7월 말보다 악화했다. 한편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적자가 아니면서 증가세를 나타낸 기업은 13곳에 그쳤다. ◇ 대기업들 현금 확보 돌입 대기업들은 현금이 말라가자 차입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회사채 발행액은 30조9,25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6조1,777억원)보다 18.1%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14일까지 2조1,900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이중 LG그룹은 3분기에 1조800억원을 공모회사채시장에서 조달했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 3,800억원, LG디스플레이 3,000억원, LG유플러스 2,000억원, LG실트론 2,000억원 등이다. 한진그룹은 8,000억원을 발행했다. 계열사별로는 대한항공 6,000억원, 한진해운 2,000억원이다. 또 POSCO그룹이 7,700억원을, 한국전력공사와 SK그룹이 각 7,500억원을, 롯데그룹이 6,700억원의 자금을 각각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주로 대기업이 단기차입을 위해 발행하는 기업어음(CP)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증권사들을 통한 기업들의 CP 발행잔액은 63조7,489억원으로 작년 말 47조843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다. 기업별로는 삼성물산 4,000억원, 쌍용양회공업 500억원, 두산건설 1,000억원, SK 1,500억원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2일 5년 만기로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경기가 부진했던 2009년 4월 5,000억원 규모를 발행한 이후 2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이다. ◇ 현금부족→차입증가→신용저하→차입비용 상승 악순환 대기업들이 차입을 크게 늘리면서 벌써부터 후유증이 우려된다. 다음 수순은 신용등급 하락과 이로 인한 차입비용 증가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최근 실적악화로 재무상태가 나빠진 LG전자의 장기채권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했다. 무디스도 LG전자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동양종금증권 최종원 신용분석 연구원은 “현대차를 빼고는 대기업들의 자금상황이 모두 좋지 않아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들의 자금 사정도 당연히 나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 황인덕 평가기획실장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유동성 위험 관리 능력”이라고 조언했다. /온라인 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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