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핵융합 실험 유럽 단독추진 안된다

파이낸셜타임스 25일자

1년 전 세계 주요국들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핵융합실험에 향후 30년 동안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동의했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오늘날까지 국제 핵융합실험 원자로(Iter) 건설 계획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은 원자로 부지를 유치하기 위한 말싸움으로 지난 12개월을 허송했다. 지난주 유럽연합(EU)은 부지유치를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로카쇼무라에 대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를 지지하면서 이 난관을 해결하려 했다. EU는 부지유치를 위한 대가로 Iter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EU는 이 문제에 대한 동의가 결국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본, 그리고 현재 일본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과 한국 등을 배제한 채 유럽 단독으로 Iter를 추진하겠다는 위협의 메시지도 보냈다. 유럽 관계장관들은 내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비록 양측 모두 기술적ㆍ지리적ㆍ산업연관성 측면에서 자신들이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Iter이 카다라슈나 로카쇼무라 어디에 마련되든 똑같이 잘 작동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리한 부지선정 과정은 이제 끝나야 한다. 어차피 앞으로 50년 안에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1ㆍ2년 늦어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연구를 위해 모인 기술인력들이 해산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부지를 선정에 건설 단계에 들어서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 프로젝트는 그 자체로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수소폭탄을 가능하게 한 핵융합과 유럽 Jet 장치와 같은 소규모 원자로 실험에 대한 경험은 청정하고 소진되지 않는 전력의 원천으로 발전할 것이다. 비록 Iter 계획에 따른 비용이 예산을 초과할지라도 비용이 1년에 10억달러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금액은 지구가 더 이상 화석연료 의존하지 못할 때 새로운 에너지원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적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럽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구촌 차원의 프로젝트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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