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연내 전환액만 20조 규모… 금융권 '퇴직금 모시기' 격전

[큰 장 서는 퇴직연금]<br>한수원·SK·한전 계열사등 줄줄이 도입 예정<br>기아차는 1조700억 전환 '상반기 최대어'로<br>계열사 몰아주기·과도한 금리 등 시장혼탁 우려

퇴직연금 전환액 20조원을 두고 금융사 간 유치전이 치열하다. 기아자동차·포스코·두산 등 주요 대기업이 올해 퇴직연금을 도입한다.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 전경. /서울경제DB

올해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는 기업자금 20조원을 두고 금융권 간의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전력ㆍ기아차ㆍ포스코ㆍ두산ㆍ한진ㆍ롯데ㆍSKㆍKT 등 거의 모든 대기업들이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법인세 손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근로자 퇴직신탁이나 퇴직보험 등에 가입해 퇴직금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세제 혜택이 전면 폐지,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계속 손비인정을 받을 수 있어 상당수 중견기업들까지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연내에만 20조원 규모 전환=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전력과 포스코ㆍ기아차ㆍ현대중공업 등이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전체 시장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9조1,000억원으로 전년 14조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도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 격전은 다음달 6일의 한국수력원자력. 6,000억원 규모의 한수원은 지난해 10개 금융회사를 선정해 1년간 퇴직연금 사업을 운용했고 올해 새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20일 SK그룹이 3,000억~4,000억원 규모의 퇴직금 충당액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 올 상반기 퇴직연금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기아차. 총 1조700억원가량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정산을 고려해도 약 8,000억원대의 시장이 펼쳐진다. 기아차는 상반기 중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하고 이른 시일 내에 사업자 선정 공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 계열사들이 2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전환이 예정돼 있다. 현재 관계 부처와의 예산 문제로 정확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지만 손비인정 등을 감안한다면 늦어도 오는 10월에는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포스코와 한진ㆍ롯데ㆍ두산 등 대기업들도 5,000억원 안팎의 퇴직연금 전환을 앞두고 있다. ◇계열사 몰아주기, 고가 경품제공 만연=이처럼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갑작스레 커지다 보니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일부 금융회사들이 고액의 경품이나 저리대출 같은 부당영업행위가 나타나는 한편 대기업 계열 금융사에 '몰아주기' 관행도 여전해 시장혼탁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 '대어'로 꼽히는 기아차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계열사 몰아주기가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차가 계열사인 HMC투자증권과 1조2,0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 운용관리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노조의 반발도 있어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에 모두 몰아주지는 않겠지만 전체 전환액의 절반 이상을 HMC투자증권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며 "나머지 절반을 두고 50여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독 선정이 아닌 만큼 형평성에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당국은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 불공정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인 근거와 규정 미흡으로 손을 놓고 있다. 금리 경쟁도 여전하다. 지난해처럼 6~7%의 과도한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들은 사라졌지만 금리 0.1%포인트에도 민감한 기업들의 심리를 여전히 자극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기예금 금리의 0.8%포인트를 얹은 수준에서 퇴직연금 금리를 정한다. 보험사나 증권사들은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가 너무 높다고 주장한다. 3년제 정기예금 금리가 4.5% 내외인데 0.8~1.0%포인트가량을 얹어줄 경우 5%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다.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법인 정기예금도 4% 내외인데 퇴직연금에 제시하는 금리만 보면 거액자산가도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은행들도 반박한다. 보험이나 증권사들이 저축성보험 금리수준인 5%대의 금리에 '공짜 콘도 이용권' '특별금리 대출' '무료 종합검진' 등 특별 서비스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퇴직연금시장이 과열 혼탁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도 금융사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퇴직연금 영업에 나서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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