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다음 카카오 합병에 기대한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장을 관찰하는 사람과 기관들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기 바란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을 보고 이 같은 필자의 소감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산업의 문제점은 에너지가 고갈됐다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 대표기업들이 바뀌지 않고 있으며 독과점이 심화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네이버만 살아남아 독점기업이 되고 경쟁 없이 정체된 레드오션에서 갑과 을이 다투는 그저 그런 산업군으로 비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규제 당국의 눈총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게 인식되기까지 했다.


역동적 인터넷 생태계 조성 신호

정부의 국정과제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생태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법을 가려내고 이를 때려잡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시각에 의해 규제만 강조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경쟁도 없고 다크호스도 없는 답답한 시장의 흐름이 규제 당국에 잘못된 신호를 전달한 것도 한몫했다.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을 했다. 3조5천억원이나 되는 대형합병이다. 5조원까지는 무난히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평가도 나온다. 네이버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대형 합병회사가 탄생할 것이 기대된다. 인터넷 업계를 경쟁이 활성화된 역동적인 시장으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이 합병을 더욱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기대하는 이유다.


이 사건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따라가려는 자구책이다. 닷컴시대에서 웹2.0시대로 또다시 모바일시대로 지각변동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 패러다임인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누가 세계를 제패하느냐'하는 전쟁터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고 라쿠텐이 바이버를 인수했다. 지난해는 네이버도 분할을 해 모바일 경쟁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를 명확히 했다.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도 이 같은 배경에 의해 이뤄졌다. 인터넷 기업들은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적응해야 산다는 절박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며 머물고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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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소유의 개념이 강한 기업풍토에서는 더욱 그렇다. 합병의 뒷면에는 정치와 금전의 거래가 숨어 있다는 것이 그간의 인식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순수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과 카카오 경영자들은 "참여·개방·공유의 정신과 수평적 기업문화 등의 주요 인터넷 가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이 가능했다"고 말하고 있다.

'규제 복원' 시각 불식 계기 되길

또 실질적인 합병의 주도자로 주목 받고 있는 카카오는 내년 상장을 앞두고 급히 합병하는 이유를 묻자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시간을 당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하고 있다. 상장을 통한 금전적 이득보다는 기동력 있게 협력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개방적 협력을 우선하는 인터넷 기업의 기민성과 기업가 정신에 따라 합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생태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생태계는 개방·협력, 그리고 경쟁에서 자란다. 시장에 적응하고 협력해나가는 열린 사고와 때 묻지 않은 기업가 정신이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 토양이다.

다음 카카오의 합병은 인터넷 스타일의 기업 문화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 스스로의 힘이 있다는 신호를 전달하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규제의 재단을 통해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왜곡된 시각을 불식시키는 인터넷 업계의 카운터펀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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