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울대 세포분화연(우수연구센터를 찾아서)

◎근육 형성과정 규명 ‘성과’/경쟁체제 도입, 3년간 실적없는 교수 8명 해임까지한국과학재단(사무총장 박진호)이 지난 90년 시작한 우수연구센터사업은 매년 전국 각 대학 이공계 학과들이 선정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정도로 정상 궤도에 올라, 이제는 활발한 연구활동과 뛰어난 연구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되면 9년동안 매년 평균 9억원(올해 기준)의 연구비를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 이 사업은 척박한 국내 기초과학 연구환경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연구센터(SRC)와 공학연구센터(ERC)로 시작한 우수연구센터는 95년부터 지역연구센터(RRC)를 추가, 올해까지 58개에 달하고 있다. 전국의 우수연구센터를 탐방해 현황과 그동안 축적된 연구성과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인간의 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뇌세포, 피부세포 등 겉보기에 다른 세포들은 사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에서 출발한다. 수정란이 분열을 거듭해 수많은 세포가 만들어지고 이 가운데 어떤 것은 뇌가 되고 다른 것은 피부가 된다. 찰흙 덩어리에서 조그마한 찰흙을 떼어내 공모양을 만들고 별모양을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 센터에서 하는 일은 생명과학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일입니다. 수정란에서 만들어진 세포들이 각각 다른 신체기관으로 변하는 「생명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서울대 세포분화연구센터(소장 강만식 생물학과 교수) 실험실에서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근육이다. 우람한 근육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근섬유라는 가느다란 실같은 것이 볏단처럼 질서있게 배열돼 있다. 근육의 폭발적인 힘은 이 근섬유 속에 숨어 있다. 근섬유는 수많은 근원세포들이 융합해 만들어지는데 강교수의 궁금증은 바로 「어떻게 근원세포가 융합하는가」였다. 『지난 91년 세포분화연구센터가 처음 우수연구센터로 지정됐을 때 국내에 세포분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매우 적었습니다. 전국을 수소문해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끌어올 정도였습니다.』 오랜 연구 끝에 강교수가 발견한 「근육 형성의 비밀」은 뼈에 많이 들어 있는 「칼슘」이었다. 칼슘이 근원세포 안으로 들어오면 근원세포가 뭉쳐 근섬유가 된다. 강교수가 연구를 시작할 때만해도 세포막에 달려있는 파이프같은 칼슘통로(채널)가 세포 안팎의 전압 변화에 따라 열리고 이를 통해 칼슘이 세포안으로 들어온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강교수는 칼슘통로 하나만 떼어내 연구할 수 있는 「패치 클램프」라는 기계를 이용해 칼슘통로를 열고닫는 힘이 전압의 변화가 아니라 장력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외국 학술지에 실려 관련 분야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포분화는 워낙 기초분야라서 제품을 만들거나 특허를 내 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센터의 학문적인 성과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강교수는 밝힌다. 세포분화연구센터는 지난 91년 논문 8편을 과학논문인용집(SCI)에 등록하는데 그쳤다. 이어 92년 10편, 93년 24편, 94년부터 30편을 넘어섰다. 지난해는 발표된 논문이 45편에 이르렀다. 이같은 연구성과를 강교수는 연구센터에 철저한 시장경제의 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처음에 교수 27명으로 시작한 연구센터는 지금은 19명으로 줄었습니다. 3년동안 논문 한편 내지 못한 8명을 모두 쫓아냈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19명의 올해 연구비도 1천6백만원에서 6천2백만원까지 각각 다르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 수, 센터 기여도 등에 따라 연구비를 달리 지급한다. 『고정적으로 같은 연구비가 나온다고 안심하면 우수한 결과가 나올 수 없습니다. 센터 안에서 경쟁해야 앞선 선진국과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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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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