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나고야 의정서와 대응전략

장수익 충북대 생화학과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께 세계경제에 대규모 변화를 가져오는 '바이오 경제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바이오 경제시대는 생명공학기술(BT)이 정보통신(IT) 등 다른 분야 기술들과 융합해 인류가 직면한 보건·식량·에너지·환경 등 4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 경제시대를 열어가는 생명공학 분야에 이용되는 핵심적인 소재가 바로 유전자원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의 유전자원은 인류공동의 자산으로 누구나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 가능했다.

새 유전자원 질서 한국산업에 큰 도전

그러나 2010년 10월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관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면서 향후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의정서에 따라 생명공학 연구개발을 위해 외국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자원 소유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며 창출된 이익을 배분해야 하는 통제체제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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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해외자원 이용국의 입장으로서 철저한 준비 없이 의정서 체제를 맞이할 경우, 국내 생명공학연구 및 산업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의정서 이행에 따른 국내 피해규모가 약 5,0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자원의 해외의존도(약70%)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입의 어려움과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기업을 보유한 미국은 산업계의 피해를 우려해 아예 의정서 체제를 반대하고 있고 일본은 법 제정을 고려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비준한 28개국 중 선진국은 노르웨이가 유일하며 나머지 27개국은 모두 아프리카 가봉을 비롯한 개도국들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고야의정서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혹한의 겨울 날씨에 여름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것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다. 또한 의정서의 비준을 위해 별도의 이행법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지에 의문점을 갖게 된다. 의정서의 기본 정신은 유전자원의 확보와 활용에 따른 이익의 공정한 분배에 있다. 유전자원의 확보 관리 및 활용 등에 관련된 국내법이 이미 각 부처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비준동향 살펴 이행 준비해야

기존 법률에 미흡한 부분이 있으면 수정 보완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도 가장 바람직한 방안 중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국제적으로도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의정서를 비준한 노르웨이도 기존법의 개정을 통해 국내 이행체계를 마련했다. 새로운 법이 제정되면 부수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과 예산이 투입되는데 새로운 조직이 기존의 조직에서 하는 역할과 중복되는 경우도 발생해 한정된 국가 예산의 중복 투자와 부처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제 도래할 나고야의정서 체제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위해 국내 연구계 및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의 의정서 비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 등을 고려해볼 때 우리도 국가의 이익과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선진국들의 동향과 의정서 비준 동향을 살피면서 국내 비준과 관련 이행체계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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