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엔저공세 기술경쟁력으로 넘자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돈 찍는 기계를 돌려서라도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며 나섰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시작이다. 디플레이션 탈피와 내수 부양을 위한 금융완화 결과로 급격한 엔저가 나타나면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수출기업들의 영업실적은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리나라의 20대 수출 품목 중 12개가 일본의 20대 품목과 중복되며 이들 품목의 수출비중은 약 46%에 달한다. 여기에는 자동차ㆍ선박ㆍ기계ㆍ철강 등 우리나라의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이끌어왔던 주력제조업들이 포함된다. 이들 주력 산업의 수출 둔화는 전후방 연관효과를 통해 고용ㆍ소비ㆍ투자 등 국민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하시킨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엔화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수익성 악화에 수출기업들 고전

실제 얼마 전 인천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방문했을 때 기업들은 원엔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와 일부 바이어들의 거래선 전환, 신규 수출계약 차질 등 다양한 애로를 호소했다. 반면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본 이외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수출선을 다변화하거나 환변동보험 등을 활용해 손실을 최소화한 기업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정작 일본은 애써 유도한 엔화 약세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엔달러 환율이 4년 만에 100엔을 돌파하면서 올해 1ㆍ4분기 일본의 수출은 엔화 기준으로는 1.2% 증가했지만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12.8% 감소했다. 우리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0.5% 소폭 증가세를 유지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정보기술(IT)ㆍ전자 등 일부 품목에서는 우리 제품의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일본에 비해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업체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2010년 3.5%포인트에서 2012년 13.3%포인트로 지속 확대되고 있는 평판TV가 좋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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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과 경합 중인 자동차ㆍ철강ㆍ선박 등의 수출이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고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추가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대일본 수출에는 엔저 피해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시장에 대한 수출은 올해 5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감소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엔저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려 한다. 단기적으로는 2012년 1조1,000억원에 그쳤던 환변동보험의 인수 규모를 2조5,000억원까지 확대하고 보험료를 인하하는 등 이용편의를 제고해 중소기업의 환위험 대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무역금융 지원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중소ㆍ중견 수출기업, 중소형 해외건설ㆍ플랜트, 조선기자재 산업 등 자금수요가 높고 지원이 시급한 분야에 9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을 추가적으로 제공한다. 이중 5조원은 기업ㆍ외환ㆍKB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특별출연한 3,000억원의 무역보험기금을 활용해 지원할 예정이다.

생산성 혁신통해 위기 돌파해야

또한 농수산식품 등 수출시장이 일본에 편중된 부문에 대해서는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신흥시장 사절단 파견, 전시회 참여 등을 통해 일본 이외의 다양한 시장으로 우리 중소기업이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엔저에 따른 단기적인 수익성 악화에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일본과의 경합품목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정부도 기업도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제품의 기술ㆍ디자인 등 비가격경쟁력 요소를 강화해나가야 한다. 정부는 기술개발 예산지원을 확대하고 생산성 혁신 노력을 강화해 장기적인 수출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엔저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여건에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ㆍ중견기업의 글로벌화에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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