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금융 수수료] ■ 은행 수수료 실태ㆍ개선방안<br>인터넷뱅킹 하기 힘든 노인층 ATMㆍ창구수수료 면제해야<br>추심수수료ㆍ외환수수료 등도 적절성 따져 전면조정 필요
| ATM 수수료가 대폭 낮아지는 등 수수료 인하 방안이 곧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차제에 가격 뿐만 아니라 수수료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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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심수수료를 아시나요?'
언뜻 들으면 대출을 갚지 못했을 때 추심 비용을 내는 수수료 같지만 예금 분야에도 추심수수료라는 것이 있다. 예금 쪽의 추심수수료란 타행 자기앞수표를 현금으로 바꿀 때 내는 수수료다. 추심수수료를 물게 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돼 있다. 대부분은 그냥 현금을 내주는데 격오지의 경우 타행 자기앞수표를 바꾸려면 대도시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낸다. 추심수수료는 은행원들도 잘 모른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의 수수료 항목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금융권의 수수료 관련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자동화기기(ATM) 이용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한발 물러섰지만 수수료 부과 체계 자체에 대한 재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히 ATM 수수료 몇 백 원 인하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여개 항목 대폭 줄이고 수수료 방식 전면 재검토 필요=금융 전문가들은 수수료 체계를 단순화하고 평균 100개에 달하는 항목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민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우대는 물론 '묻지마'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수수료 운용 방식도 이번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노인층에 대한 ATM 수수료나 창구 이용 수수료는 면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계좌이체 수수료는 500원이지만 창구 송금시에는 최대 3,000원 안팎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노인층의 경우 컴퓨터나 인터넷뱅킹 접근도가 낮다. 정부 기관이기는 하지만 우체국은 만 65세 이상은 ATM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만 55세 이상은 50%를 깎아주고 생활보호대상자ㆍ장애인ㆍ소년소녀가장은 온라인 송금수수료도 절반 값(50만원 이내 송금)에 해준다.
해외도 사회적 노인 등 소외계층에는 수수료를 감면해준다. 국내 은행의 상반기 수수료 수익이 2조2,567억원에 달하는 만큼 노인과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도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해 수수료 감면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 및 예금 금리 우대 등 근본적인 서민 우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환 수수료 등 '담합ㆍ묻지마 수수료' 수술해야='묻지마 수수료'도 이번에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은행조차 상당수 수수료 항목에 "(수수료에) 왜 그 가격을 매겼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담당자조차 이유를 모르는 사례가 허다하다. 지금까지 관행에 따라 지속돼온 것이 많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기앞수표와 관련된 추심수수료는 이제 거의 부과되지 않을 정도로 사문화됐다"며 "이번 기회에 수수료 부과에 대한 적절성을 다시 한 번 따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외환수수료도 일반 고객 입장에서는 불만이 많은 부분이다. 외화를 바꿀 때 드는 수수료는 은행들이 담합이나 한 듯 비슷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달러를 살 때는 비싸게 매입하고 팔 때는 싸게 파는 것이다. 국민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기준 환율에 1.75%(미 달러화 기준)를 적게 주거나 많이 준다. 하나은행만 1.99%를 매길 뿐 우리와 신한은행도 똑같이 1.75%다. 하지만 외화수수료의 원가나 정확한 산출근거 등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은행들이 영업기밀이라며 정확한 수치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수료 부과 체계에 대한 설명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은행들이 수수료 인하를 근거로 다른 고객들의 혜택을 축소하는 등의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금융감독당국이 감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단순히 ATM 수수료 몇 백 원 낮추는 것으로 끝내기보다는 은행권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