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8월 19일] 운전은 인격이고 국격이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매일 운전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보니 운전을 면허증과 운전기술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운전은 꽤 복잡한 심리적ㆍ사회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흔히 갖는 의문 하나를 살펴보자. 왜 사람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가. 이는 자신의 운전실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착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교통사고로부터도 늘 예외라고 생각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워비곤(Wobegon) 호수' 효과다. 챔피언 레이서인 스털링 모스가 '이성과 사랑을 나누는 능력과 운전능력은 어느 누구도 자신이 뒤떨어져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이유는 도로에서는 시선교환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총살형 집행시 눈과 얼굴을 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으로 교통안전 수준은 어떤 요인과 상관관계가 높을까.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높을수록 교통사고 발생률이 낮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비교해보면 다른 현상이 발견된다. 이웃해 있는 두 나라는 소득은 물론 도로사정과 교통법규 내용이 비슷하다. 하지만 교통사고 사망률은 네덜란드가 벨기에의 절반에 불과하다. 흥미로운 것은 사망률이 낮은 네덜란드가 교통법규 위반 적발 건수에서는 벨기에보다 오히려 여덟 배나 많다는 사실이다. 네덜란드의 인구가 벨기에보다 1.5배 많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네덜란드의 법집행이 엄격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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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교통안전 수준은 그 나라의 청렴도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집행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를 보면 네덜란드가 벨기에보다 높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청렴도 순위도 네덜란드가 9위, 벨기에가 20위다. 청렴도가 높은 핀란드ㆍ스웨덴ㆍ싱가포르가 교통선진국으로 꼽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운전습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준다.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거나 법규 위반을 예사로 여기는 운전자가 바른 인격을 갖췄을리 만무하다. 개인의 운전습관이 그 사람의 인격이듯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은 그 나라의 국격이다.

마침 80여일이 있으면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지구촌의 좌장 역할을 하게 된다. 국격을 높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교통통계를 집계할 수 있는 29개국 가운데 26위에 불과한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을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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