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 전 미술품 빼돌린 이혜경 동양 부회장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미리 빼돌렸던 미술작품을 법원에 압류당하기 전에 팔아버린 사실이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10월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후 재산 압류가 임박하자 미술품을 팔아 현금을 챙긴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선봉 부장검사)는 지난 2일 법원의 가압류 절차 직전에 고가의 미술품을 빼돌려 팔아넘긴 혐의(강제집행면탈 등)로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부회장은 구속 기소된 현재현(65)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이자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딸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가압류 직전에 자신이 가진 그림과 조각·골동품 등 수백점을 빼돌려 홍송원(61)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팔아치우려 했다. 이 중 그림 몇 점은 이미 팔아 현금으로 챙겼으며 나머지는 미술품 보관창고에 보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혐의를 조사하던 중 이 부회장과 홍 대표 사이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포착하고 지난달 이 부회장의 미술품 보관창고와 서미갤러리를 압수수색해 팔지 못한 미술작품 수백점을 확보했다.

4월에 수사당국은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이 숨겨놓은 미술품 330여점을 발견해 가압류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외에도 수백점의 미술품을 따로 숨겨놓고 있었고 이번에 이를 팔아치우려다 검찰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현 회장은 경영이 악화돼 상환능력이 없는 계열사의 기업어음 2조원어치를 팔고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으며 이 부회장과 함께 투자 피해자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상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미술품 매각이 현 회장과 공모한 것인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그림을 팔아준 홍 대표도 소환조사해 강제집행면탈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홍 대표는 오리온·CJ 등 검찰의 재계 수사 때마다 돈세탁 창구 의혹이 제기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