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명 연장땐 청년3명 고용 못해… 부담 증가 넘어 세대 갈등 우려

■ 정년 60세법 통과<br>대기업 취업 더 어려워지고<br>중기와 양극화도 심화 예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0일 오전 의원들이 계류된 법안을 살펴보고 있다. /류효진기자


재계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정년연장법'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기업들의 고령자 고용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정년연장은 단순히 기업부담 증가를 넘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기업의 일자리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신규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5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의 세 배에 달해 생산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고령 근로자 1명의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3명의 고용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결과 기업의 54.4%와 청년구직자 66.4%가 중ㆍ고령 근로자의 고용연장시 기업의 신규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70.7%가 신규 채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구나 정년연장이 우선 도입될 예정인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공공기관ㆍ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정년연장 의무화로 대기업 근로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고 더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어 대ㆍ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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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도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와 생산성 저하에 직면할 위험이 높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의 경우 신입사원의 1.2~1.5배에 불과하나 우리나라는 관리ㆍ사무직 2.18배, 생산직은 2.41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년연장을 의무화하면 인건비는 늘어나는 반면 생산성은 낮아져 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면서 "또 기존에 정착된 인력구조가 왜곡되며 인력운영에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정년연장 의무화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사회에 진입한 4년 후인 1998년 60세 정년의무화를 시행한 반면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진입 예상 시기인 2017년보다 1년 빠른 2016년부터 정년의무화를 시행하기 때문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정년연장 논의 자체는 공감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법제화하는 것은 향후 기업들의 인력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청년실업 문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재계는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중견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배 본부장은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중소기업도 포함돼 중소기업들에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송을 우려해 해외 기업에 납품물량을 발주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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