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 이미지 직결" 경각심 체질화

[외국기업서 배운다] 안정이 최우선 과제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을 들여다보면 상이한 기업문화에도 불구,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철저한 안전의식이다. 이들은 때론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안전 지상주의」를 추구한다. 굳이 선진 제국(諸國)들과의 안전사고 발생비율을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및 인천호프집 참사, 인천 국제공항의 문제점 등…. 최근 우리사회,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코리아」의 이미지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받은 타격을 떠올려보면 이들의 「유비무환」이 얼마나 현명한 것인지 드러난다. 지난해말 외국사로 변신한 LG-오티스. 엘리베이터 생산업체인 이 회사 직원들의 주머니에는 항상 세로 10CM, 가로 6CM인 파란색 카드가 들어있다. 2,900명 임직원들은 모두 이 카드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 뿐만 아니라 무슨 보물인양 애지중지 한다. 하루라도 이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은 물론 출근조차 거부되는 까닭이다. 여기에는 엘리베이터 생산에서부터 사후 점검에 이르기까지의 안전수칙이 앞뒤로 빽빽이 적혀있다. 언제라도 이것을 꺼내 보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체질화해야 한다는게 도입 취지이다. 소비자의 안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사장을 비롯한 전임원들은 매달 8시간씩 자사 제품이 설치된 아파트나 빌딩을 방문, 엘리베이터를 직접 타보고 불편사항등을 점검한다.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사안」이다. 장병우(張炳宇) LG-오티스 사장은 『생산공장을 만들때부터 안전이 주요 경영방침 가운데 하나였다』면서 『안전에 신경쓰면 쓰는 만큼 생산성 향상과 고객 만족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도레이새한 역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기업이다. 지난해 12월1일 합작사로 새 출발한후 구미 필름공장에서 사용하는 나이프(칼)의 모양이 바뀐 것이 단적인 예. 현장 근로자의 안전을 감안해 손잡이부문에 커버가 있는 나이프를 도입한 것. 기존 나이프에 커버만 씌우기가 어렵자 아예 맞춤방식으로 주문제작, 사업장에 비치했다. 안전에 대한 경영진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회사의 김은주(金銀珠) 차장은 『안전은 소홀히한 채 생산량이나 수율에만 매달리다 보면 직원의 사기를 떨어뜨려 오히려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직원의 안전은 좋은 제품으로 연결되고 소비자 만족을 가져온다는게 경영원칙의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도레이새한 임원진이 정기적으로 일본 현지공장의 안전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합작선인 일본 도레이사의 철저한 안전위주 경영을 실제로 체험, 국내에 접목시킬 방안을 모색하는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도 현장 경영을 통한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은 수시로 실시한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정례화」 또는 「의무화」차원에 까지 이르고 있지는 못한 것이 현실이다. 외국기업 관계자들은 『한국기업의 안전의식은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캠페인성, 구호성, 일과성에 그치는 경향이 강하다』며 『안전은 결국 고객만족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언제나, 어디서나, 어느때나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석훈 기자SHIM@SED.CO.KR 입력시간 2000/03/1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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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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