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칩시크' 제품 뜬다…가격 싸고 성능 매력

'스토리K' 등 판매 불티<br>패션·IT 산업전반 확산


# 출판사에 다니는 정우용씨는 최근 집에서 쓸 레이저프린터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다. 통상 20만원대에 팔리는 가정용 흑백 레이저프린터 가격이 6만원대에 불과했던 것이다. 정씨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에 구입을 망설였지만 사용자들의 평가가 워낙 좋아 바로 주문했다"며 "막상 써보니 출력속도도 빠르고 인쇄품질도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칩시크(cheap-chic)' 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 칩시크는 저렴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능을 갖춘 상품. 처음에는 소매업종에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 패션ㆍ항공ㆍ전자제품 등 산업 전반으로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버는 지난달 전자책 단말기 신제품인 '스토리K'를 9만9,000원에 내놓았다. 기존 전자책 단말기 가격이 20만~3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 가격을 내린 것. 판매처도 교보문고 온라인서점으로 한정했지만 출시 9일 만에 초기물량 4,000대가 다 팔렸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전자책 단말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는 점이 인기비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 에이스'를 선보였다. 중고교생을 겨냥한 이 제품은 3.5인치 소형 액정화면과 800㎒ 프로세서를 탑재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대신 카메라 기능을 중시하는 중고교생의 취향을 반영해 500만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제품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높였다. 갤럭시 에이스는 별다른 마케팅이 없었는데도 입소문을 타며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 40만대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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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제록스프린터스코리아의 가정용 레이저프린터인 '다큐프린트 P205b'는 프린터 업계의 칩시크로 통한다. 기존 레이저프린터는 가격대가 20만원을 훌쩍 넘었지만 이 제품은 6만원대에 불과하다. 와이파이나 모바일프린팅 등 최신 기능은 없지만 분당 24장의 인쇄속도와 1,200x2,400dpi의 해상도를 지원해 성능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션ㆍ화장품도 최근 들어 합리적 가격과 품질에 중점을 두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중저가 브랜드 중 고유한 디자인과 품질ㆍ브랜드파워를 갖춘 제품이 불황기 히트상품으로 뜨고 있다. 제일모직은 백화점 브랜드인 '로가디스'를 가두점으로 확장, 가격대와 타깃 연령층을 낮춘 브랜드'로가디스 그린'을 선보여 짭짤한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이달 중순 업체 최초의 중저가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를 선보인다. 이랜드도 올해 중저가 브랜드 1개를 추가 론칭해 4개를 확보하는 등 SPA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칩시크 제품은 기존 보급형 제품이나 중저가 제품과 성격이 다르다. 단순히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성능과 디자인도 명품 못지 않다.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아도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칩시크 열풍 요인으로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상품을 중시하는 소비문화 ▦저가 유통채널 확산 등을 꼽았다. 특히 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데다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명품이 아니어도 품질이 우수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의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소비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비구조가 고가 명품과 중저가 제품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경기가 당분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싸지만 질 좋은 칩시크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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