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구글, 개방 뒤에 숨긴 발톱

OS소스 폐쇄땐 애플보다 무서운 IT독재자 될수도<br>문어발식 영역 확장후<br>시장지배력 기반으로<br>유료화 전환 가능성 커



검색광고 수입 의존도 벗어나
안드로이드 부분 유료화 등
적극적 수익모델 추구 가능성
국내업체 하청업체 전락 우려
'애플보다 더 무서운 구글.' 구글이 스마트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업영역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진짜 두려운 이유는 사업영역의 확장이 아니라 커진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현재의 '개방(open)' 정책을 언제든지 애플과 같은 '폐쇄(closed)' 전략으로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ㆍ스마트TV로 이어지는 글로벌 IT시장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 구글이 전략적 포지션을 바꿀 경우 경쟁력을 갖춘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구글은 최근 모토로라 인수와 구글 맵스 유료화 전략에서 봤듯이 기존과 다른 포지션을 보이고 있다. 구글이 진짜 발톱을 드러낼 경우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안드로이드 동맹의 균열도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영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글이 오픈 생태계의 주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전략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으로 이룬 구글 제국=구글은 지난 1998년 인터넷 검색엔진 서비스로 시작했다. 단순한 사용자 환경에 기존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검색기술로 급성장하면서 업계 1위에 올라섰고 이후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했다. 구글이 인수한 업체는 온라인 배너광고 1등 업체인 '더블클릭'과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외에도 지도 서비스 업체 '키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도지볼' '자이쿠' 등이 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과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 SNS인'구글 플러스', 전자지갑인 '구글 월릿' 등 지금의 구글 제국은 M&A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구글은 여기다 8월 세계 최초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를 인수해 제국의 영역을 소프트웨어(SW)에서 하드웨어(HW)까지 확장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기존 M&A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SW 경쟁력에다 휴대폰은 물론 태블릿PC, 나아가 TV셋톱박스까지 제조할 수 있는 HW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애플과 같은 폐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저가이동통신인 가상이동통신사업자(MVNO) 사업까지 관심의 촉수를 뻗친 것으로 알려져 통신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구글 기존 전략의 핵심은 무료 서비스와 검색과 광고시장 장악=구글의 기본전략은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넓힌 후 관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구글 지도는 2004년 지도제작 업체인 키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되고 있으며 2005년 인수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제작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공짜 전략의 핵심은 바로 검색시장을 확대한 뒤 이를 바탕으로 광고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경우 구글에 인수되기 전 수익모델이 없어 고전하고 있었지만 구글에 인수된 후 꾸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안드로이드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구글 검색창 등을 기본 탑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검색을 할 경우 발생하는 광고료로 수익을 내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전문가들은 향후 구글이 기존과 다른 전략적 포지션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색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의존도에서 벗어나 변화된 글로벌 IT환경에 발맞춰 좀더 적극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글은 지난해 웹사이트 검색광고를 통해 194억달러, 네트워크 웹사이트 광고에서 88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구글 전체 매출의 각각 66%, 30% 등 총 96%에 달한다. 업계 1위의 압도적인 검색시장 점유율(데스크톱 82.4%, 모바일ㆍ태블릿 91.4%)를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한 것이 약점이다. 이 때문에 구글은 수년 전부터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왔으며 대표적인 것이 일부 서비스의 유료화다. 현재 구글은 지메일ㆍ캘린더ㆍ문서도구ㆍ화상회의 등을 통합한 구글 앱스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업들에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를 유료화해 국내외에서 이슈가 됐다. 지난해 6월 말 현재 35만개 이상의 웹사이트에서 구글 맵스를 이용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 균열 오나=구글이 사업전략을 바꿀 경우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시장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ㆍ4분기 말 현재 43.4%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2%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을 안심시키기 위해 기존 OS 개방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기반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키워 OS 전면 유료화 또는 부분 유료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레피스는 구글이 모토로라를 통해 성능이 좋으면서도 값싼 스마트폰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구글의 사업전략 변화에 대비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을 지배하게 된 사업자에게 개방형 생태계 전략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이 큰 틀에서 지금과 같은 개방 전략을 유지하더라도 기존과는 상당한 차이가 예상될 수밖에 없다. 공영일 연구위원은 "구글의 향후 전략은 IT시장의 변화와 안드로이드 OS의 지배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하지만 구글의 영향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넘어 스마트TV시장까지 확산되면 사실상의 표준 플랫폼이 된다는 점에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