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미술문화재와 자부심


지난해 있었던 일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 회사 e메일로 캐나다에서 작품 판매에 관한 의뢰가 들어왔다. 수화 김환기 선생님의 1956년 작품이었다. 당시 소장자는 작품을 삼촌부부로부터 선물 받았고 당시까지 소장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지난 1978년 구매 당시 영수증까지 보관하고 있었는데 한화로 계산해보니 100만원 정도에 구매했었다. 나중에 실물을 봤을 때는 보관 상태가 너무 양호해서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는 홍콩에 한국 작가 중 거장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홍콩 경매 출품을 결정하고 의뢰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의뢰인은 인터넷에서 김환기 작품을 가장 비싸게 판 경매회사를 조사한 후 몇몇 회사를 접촉한 터라 가격협상이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가격협상을 마치고 홍콩 경매에 출품하기로 결정하고 계약까지 마쳤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캐나다 정부에서 50년 이상 된 미술품이 해외로 반출될 때엔 심사를 통해 반출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는데 김환기 작품도 심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외국인이 제작한 작품이지만 캐나다 문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매 날짜는 다가오고 캐나다 정부에서 허가는 나지 않아 별다른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결국 다행히도 허가가 마지막 순간에 나서 간신히 경매에 출품할 수 있었다. 이렇듯 선진국에서는 문화재급 작품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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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2월 문화재청이 고희동ㆍ채용신ㆍ안중식의 근대회화 작품 3점을 문화재로 등록했다. 이어 지난해 말 김환기ㆍ오지호 등 근대회화 작품 6점을 문화재로 등록하겠다고 예고했다. 근대 미술품의 문화재등록은 동시대 작가 중 미술사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작가의 작품들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거래된 미술품 경매 거래총액은 전년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약 711억원이지만 지난 해 수입된 미술품 총액은 약 1,800억원(회화ㆍ판화ㆍ조각ㆍ골동품)에 이른다.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문화적 균형감각이 깨져 오히려 국내 작가들이 홀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근대 미술품 문화재등록은 소장가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국민의 미술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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