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저축은행 메기론

논 두 곳에 미꾸라지가 산다. 한쪽은 미꾸라지뿐이지만 다른 쪽은 메기를 함께 넣었다. 두 곳 중 메기와 함께 자란 미꾸라지가 훨씬 통통하게 살이 찐다.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며 더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메기론’이다. 두 곳의 시장에 대형 저축은행과 소형 저축은행이 나뉘어 영업 중이다. 대형 저축은행은 은행ㆍ증권사ㆍ자산운용사ㆍ보험 등과 경쟁하며 성장해나간다. 소형 저축은행은 고인 물 속에 안주할 뿐 다른 곳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대형 저축은행은 최근 2~3년 프로젝트 파이낸싱(FT)의 호조로 순익과 실적이 크게 좋았다. 그러나 지난해 PF시장이 얼어붙으면서 7월 이후 영업이익은 큰 폭 감소했다. 일부는 영업에서 적자가 발생하자 부동산을 팔아 메웠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증권사 인수, 자산운용사 설립, 코스닥 시장 진출을 모색하거나 매각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소형 저축은행은 고사(枯死)하고 있다. 몇 년째 예금금리를 4.5%에 묶어둔 곳도 있고 수신이 50억원을 밑돌거나 자기자본이 20억원대인 곳도 적지 않다. 본업은 뒷전이고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수익을 내는 곳도 수두룩하다. 경쟁에 뛰어든 대형 저축은행은 여ㆍ수신 3조원, 자기자본 3,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튼실해졌지만 소형사는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의 신규 설립 허용 방침으로 증권업계는 소형사를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새로운 강자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과 함께 시장발전도 기대된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지난 1983년 이후 25년 동안 단 한 건의 신규 인가가 없었다. 소형사들은 고인 물 속에 썩어가면서도 수백 억원대의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저축은행업에 진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자율성과 경쟁ㆍ개방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저축은행 업계에도 메기가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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