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ELS, 제2 키코 될 수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파이브의 도움을 받아 분석한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만기가 돌아온 5개 중 1개가 손실이었고 손실액은 1,117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5,000억원 수준의 추가 손실도 예상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연에는 핵폭탄이 있다. ELS의 운용구조상 제2의 키코 사태로까지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미리 정한 약정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는 상품이다. ELS가 정해진 주가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수익률을 준다는 점에서 두 상품의 구조는 유사하다. 수많은 기업을 부도로 이끈 키코와 비슷한 상품을 지금 개인이 중위험·중수익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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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 중 하나가 ELS는 옵션상품이라는 것이다. 옵션상품은 특성상 반대 포지션에서 거꾸로 베팅한 사람이 있다. ELS의 구조를 설계한 해외 유수의 증권사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증권사는 ELS 상품을 자체적으로 설계할 능력이 안돼 외국계 증권사의 운용구조를 그대로 사온다. 설계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과 설계도를 복사해온 사람이 한 판에서 같이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승자가 누구일지는 자명하다. 고객들이 올 들어 ELS로 손해를 본 1,100억원은 외국 증권사 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ELS 구조를 훤히 꿰고 있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경우 외국 증권사가 마음먹고 한국 ELS 자금을 빼내려고 할 때 한국은 그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며 "사람이 실핏줄 하나 터져 사망할 수 있는 것처럼 ELS 자금 중 1조원에만 문제가 생겨도 70조원의 ELS 생태계는 그대로 멈춰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기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금융당국도 ELS의 위험성에 대해 큰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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