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한 K-WATER 컨소시엄의 태국 물관리사업 최종예비후보자 선정은 2010년 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이은 매머드급 해외 건설 수출의 결실로 평가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초기부터 추진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노하우가 임기내 해외 수주로 이어지면서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전방위적인 수주 노력이 결실 맺었다=태국 물관리 사업은 지난해 3월 잉락 칭나왓 태국 총리 방한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조심스럽게 타진되기 시작됐다. 당시 잉락 총리는 한강 이포보 현장 등 국내 물관리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태국 정부는 그해 7월 12조원 규모의 물관리사업 국제 입찰계획을 발표했다. 사업 내용은 말 그대로 매머드급이었다. 총 길이 1,200㎞에 이르는 짜오프라야강 유역 및 주변 강 유역을 정비하는 이 프로젝트는 19개의 저수지를 짓는 것을 비롯해 방수로 500㎞ 등 10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짜오프라야 강 중류의 거대한 저지대인 '몽키칙(Monkey cheek)'은 2011년 3개월 동안 계속된 대홍수 당시 가장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었던 곳이다. 당시 홍수 피해는 공식 사망자만 381명, 이재민 11만명, 가옥 파괴 80만채에 달했다.
우리 정부는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외교단을 태국에 파견, 한국ㆍ태국 수자원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전방위적인 수주 활동에 나섰다. 이와 함께 한국수자원공사ㆍ농처촌공사 등을 주축으로 80여명의 'K-팀'이 구성됐다. 여기에는 4대강 사업을 수행한 현대건설ㆍ대우건설ㆍ삼성물산 등 7개 대형건설사 기술자들도 참여했다. 입찰단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장답사와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강행군을 펼치며 2개월만인 11월 입찰제안서를 마무리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태국을 방문,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해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협의하는 등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대규모 토목 수주로 해외건설 새 이정표=정부와 업계는 일본ㆍ중국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가 국제 경쟁을 펼친 이번 수주전에서 한국 컨소시엄이 10개 프로젝트에서 모두 최종예비후보자로 선정되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월 말 최종 제안서 제출을 거쳐 4월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일정 물량 이상의 사업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주가 최종 확정될 경우 태국은 물론 베트남ㆍ라오스 등 물관리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동남아시아 일대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중동 일대 플랜트 의존도가 높았던 한국 건설의 해외 시장 다변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 건설업계의 해외건설은 중동 의존도는 50%가 넘는 탓에 그동안 중동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심한 편차를 보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가 시장 다변화일 만큼 과도한 중동 의존도는 문제로 지적돼왔다"며 "최종 수주로 이어진다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