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화 절상 근본적인 대책 강구해야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초강경대책을 내놓았다. 거주자의 주거용 해외부동산취득한도를 50만달러에서 100만달러로, 해외 직접투자한도를 3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로 크게 늘려 이날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대책을 발표하면서 그날로 시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또 올해 안에 이들 규제를 없애 해외투자한도를 완전히 자유화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환율이 너무 급하게 떨어져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어렵사리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소비심리의 위축 등 경제충격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환투기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이 환율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리라고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원화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상흑자가 매월 20억달러 이상에 이르고 있고 주식시장도 신흥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고속질주하고 있다. 경제의 체질이 튼튼해지니 당연히 원화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원화가치의 상승은 대세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원화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정부는 환율이 떨어지면 부랴부랴 규제완화를 통해 외화사용을 확대하는 방식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임기응변이 환율안정에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자칫 외화유출을 가속화시켜 제2의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환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서울 외환시장은 싱가포르ㆍ홍콩 등에 비해 효율성과 경쟁력이 떨어져 투기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외환시장의 경쟁력강화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투기세력은 끝까지 응징해야 겠지만 과도한 개입으로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정부대책에 대해 어제 외환시장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개입으로 환율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 균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지나치게 요동을 치는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결과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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