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수출, 對日 경쟁력 약화 우려

■ 원·엔 환율 9년만에 800원선 붕괴<br>북핵사태 불구 원화가치 엔화보다 상대적 강세<br>연말까진 800원선 안팎서 등락 반복할 듯


원ㆍ엔 환율이 8년11개월 만에 700원대로 떨어졌다.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대일 무역적자가 악화되고 전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자동차ㆍ전자ㆍ철강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내수 회복세 둔화에다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북핵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는 설상가상의 처지로 몰리고 있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798원70전을 기록, 800원선이 붕괴됐다. 원ㆍ엔 환율이 700원대를 기록하기는 지난 97년 11월14일(784원27전) 이후 8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원ㆍ엔 환율 하락은 원화가치가 엔화가치보다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955원50전으로 30전 오른 데 그친 반면 엔ㆍ달러 환율은 0.21엔 오른 119.62엔으로 120엔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북핵 사태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 상승폭이 작은 것은 우선 단기적인 수급 문제 때문이다. 북핵 사태가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외교적 해결절차를 밟으면서 외환시장에는 ‘지켜보자’는 심리가 우세하다. 반면 수출업체와 역외세력의 매물 유입, 주식시장 강세 등이 원화 약세를 제한하고 있다. 이준규 외환은행 과장은 “지난주 월요일 하루 동안만도 수출업체의 매도물량이 10억달러나 쏟아졌다”며 “원ㆍ엔 환율이 심리적인 저항선인 8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역외세력도 관망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도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으로 전세계 외환보유액 가운데 엔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중앙은행은 7월 콜금리를 0%에서 0.25%로 상향 조정, ‘제로(0)’ 금리 정책에서 벗어났지만 미국 정책금리와의 격차는 여전히 5%포인트에 달한다. 올해 금리를 한두 차례 올리더라도 엔화 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과장은 “일본이 ‘10년 불황’ 동안 발행한 막대한 국채 물량에 대한 이자부담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ㆍ달러 환율이 120엔선을 돌파하면 123엔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ㆍ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핵 변수 때문에 원화가 강세를 보이기도 어려워 원ㆍ엔 환율은 당분간 800원선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하지만 미국보다는 괜찮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증가세도 주춤할 것으로 보여 연말이면 엔화 약세 행진도 멈출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전무(IR팀장)도 “일본 경제가 좋은데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는) 불가사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15개 주요 국제 투자은행 가운데 CSFB와 메릴린치를 제외한 13개 기관은 내년에 엔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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