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6일] 펀드 수수료, 이대로 좋은가

펀드 투자자들이 계속된 원금 손실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에도 뒤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곳이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다. 2008회계연도 1ㆍ4분기(4~6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3%나 늘어났다.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수탁고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운용보수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ㆍ4분기에 거둔 순이익은 532억원에 달한다.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수익이 나건 말건 매년 운용사에 운용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펀드로 복잡한 시장에서 승부수를 거는 데 대한 ‘지적 재산권’에 보수를 지급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단기 투자에서 손실을 봤다고 운용사만 걸고 넘어질 수는 없다. 문제는 과연 운용사들이 받아가는 보수만큼 제대로 운용을 하고 있는지에 있다. 올해 설정된 공모 주식형 펀드 중 해외펀드는 총 301개. 국내형(74개)의 4배가 넘는다. 이들은 대부분 변동성이 큰 이머징마켓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 증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운용사들은 괘념치 않았다. 연초 이후 중동ㆍ아프리카?브릭스?러ㆍ브(러시아ㆍ브라질) 등의 순서로 펀드를 추천하고 팔아왔지만 결과는 차례대로 찾아온 수익률 악화뿐이다. 국내 최대규모 펀드인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는 -30%가 넘는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보수만큼은 변함없다.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큰 반발이 없는 수수료를 인하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메우기 위해서라도 판매 보수를 낮추려 하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알기 힘든 자산운용보고서 몇 장이 피 같은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받는 알량한 펀드 애프터서비스다. 선진국의 두 배 가까운 보수를 받고서도 원금의 수십 퍼센트의 손실을 내고 “장이 나쁘니 어쩔 수 없다” “장기투자하면 언젠가는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말로 인사치레를 하는 건 투자자들에 대한 양심불량이나 다름없다.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있으니 대규모 환매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수수료를 챙기는 사이에 서서히 신뢰의 위기는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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