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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메르켈의 도전

지난 1949년 이후 지금까지 8명의 독일 총리가 탄생했다. 그들 가운데 정치∙제도∙외교적 측면에서 한꺼번에 역량을 입증해야 할 상황에 처하기는 앙겔라 메르켈 현 총리가 유일하다. 유로존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독일도 불안정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는 2005년부터 6년간 총리직을 수행해온 메르켈의 지도력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연합은 4일(현지시간) 메클렌부르크와 웨스턴-포메라니아 주에서 치러진 주 선거(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오는 18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올해의 마지막 주 선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나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선거를 마지막으로 메르켈은 2013년 상반기까지 더 이상 지방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그녀는 짧게는 18개월에서 길게는 2년 정도 자신의 지도력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자신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틀렸음을 증명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메르켈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많은 비판들에는 일관성이 없다.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사민당, 그리고 그녀가 이끌고 있는 기독민주연합은 서로 다른 관점에서 유로존의 위기에 대처하는 그녀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들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물론 메르켈이 유로존 위기와 관련해 중도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위험에 대해 너무 조심스러운 메르켈의 태도가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가 처한 어려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녀는 독일의 여론을 진정시키고 유로존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유로존의 위기와 관련해 죄의식을 가져야 할 지도자는 메르켈이 아니라 핀란드와 네덜란드의 지도자들이다. 그들은 유로존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에 대처하는 메르켈의 자세도 결코 올바른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영국이나 프랑스∙미국에 비해 너무 소극적이었다. 그렇지만 메르켈은 아직 지도자로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유로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를 잡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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