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R엔진 품절… 가동률 0%"

"특근 예정돼 있었는데…" 기아차 소하리 1공장 일부 라인 조업 중단<br>한국GM·르노삼성도 내주에 재고물량 동나 <br>글로벌 소싱등 대책 고심

'실적 0대, 가동률 0%, R엔진 품절' 을 표시한 생산현황 전광판이 23일 기아차 소하리 제1공장의 가동중단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광명=심희정기자

SUV 카니발과 대형 세단 오피러스를 생산하는 기아차 소하리 1공장. 평소 같으면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을 카니발 라인이 월요일 오전 멈춰 서 있다. 공장 내부 천장에 '12시16분 현재 계획 130대, 중단시간 217분, 실적 0대, 가동률 0%, R엔진 품절'이라는 생산현황이 현재 사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름 10㎝의 엔진 핵심부품 '피스톤링'에 발목이 묶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불안한 공장 가동이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그 중 기아차 소하리 공장은 유성기업의 부품공급 중단 사태에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곳. 23일 오전 공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얼굴에서는 원치 않는 조업단축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립 공장의 한 직원은 "특근까지 하다 잔업까지 못하게 돼 불만"이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위진동 소하리 공장장(전무)은 "최근 카니발의 판매량이 늘고 있어 25일 기아차 창립기념일에도 특근이 예정돼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휴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6일부터는 화성ㆍ광주 등 기아차 다른 공장들의 부분 조업 중단이 우려된다. 스포티지R와 쏘렌토R에 들어가는 피스톤링 재고도 거의 소진됐다. K5 등에 들어가는 가솔린 세타 엔진용 피스톤링마저 부족해 히트 차종들의 생산이 줄줄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역시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 울산 공장 관계자는 "투싼ix 디젤모델에 이어 24일부터는 하루 400여대가 생산되는 포터 라인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태"라며 "스타렉스 역시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 업계는 재고 물량이 남아 있어 이번주까지는 정상조업이 가능하지만 부품공급 중단이 다음주까지 계속될 경우 심각한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GM의 경우 부평ㆍ군산 엔진공장의 유성기업 부품 비율이 50%에 달한다. 르노삼성 역시 SM5 2.0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이 유성기업 제품이다. 르노삼성 전체 생산대수 중 SM5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33%다. 이와 관련, 마이크 아카몬 한국GM 사장은 "우리는 아직 계획한 물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부품공급 중단) 장기화에 대비해 글로벌 소싱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ㆍ기아차 1ㆍ2차 협력업체 대표들은 이날 유성기업을 방문, 노조에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협력업체들은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5,000여 협력사는 라인중단에 따른 심각한 매출손실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라인점거를 풀고 생산을 정상화해 평화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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