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20년은 달릴 말 중국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이후 5년 2개월째 연속 순유출이다. 주목할 대목은 그중에서도 중국에서 많은 돈이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순유출 1위와 3위가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자 중에는 중국이 악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꽤 있다. 2005년 1,000포인트 수준이던 상하이 증시는 불과 2년 만에 6,000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근거도 없는 1만포인트 전망을 믿은 '묻지마 투자'는 더욱 열을 올렸고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증시는 고꾸라져 지금까지 2,300포인트대에 머물며 대박 환상을 쪽박으로 만들었다. 올 들어 상하이 종합지수가 10% 이상 오르자 과거 반 토막도 넘게 손해를 보며 환매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이 이때다 싶어 돈을 찾아가고 있다.


중국 투자에서 발을 빼는 것은 잘하는 일일까. 요즘 중국에서 전해지는 각종 지표가 우울한 것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중국 성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은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8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6.9%로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공장서 세계 시장으로 전환

중국 증시를 짧게 보고 작은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투자자라면 잠시 쉬어가도 좋을 때인 것 같다. 중국 증시를 길게 보고 큰 수익률을 염두에 두는 투자자라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투자한 돈은 그대로 두고 더 투자할 돈이 있으면 꾸준히 집어넣으면 된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자세로 투자하면 된다.


중국 전문가인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중국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중국은 길게 볼 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기점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시골에서 나와 도시로 몰린다. 남자들은 도시에서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술을 마신다. 여인들은 화장을 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고 홈쇼핑을 한다. 세계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곳이 중국이요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중국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240조원의 대박을 친 알리바바를 비롯해 바이두·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만들어낸 원동력은 돈을 쓰기 시작한 중국 도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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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는 자동차를 사서 마이카를 자랑했고 500cc 생맥주를 마시며 저녁의 풍요로움을 즐겼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기까지 대략 20년간 성장의 열매를 맛본 뒤 이제는 멈춘 성장에 힘들어하며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노후는 걱정한다고 대비되는 것이 아니다. 노후 대비는 성장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성장을 멈춘 미국·유럽·일본은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알 수 없다.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의 답은 이제 출발해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한 중국에 있다.

서울올림픽 때 600포인트대이던 코스피지수는 지금 2,000포인트 벽에 갇혀 있다. 26년 투자수익률이 233%라면 재고해야 된다. 시장 전체가 아니라 우량기업을 사야 하는 이유다. 국내 보험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화재(000810)의 주가는 서울올림픽 당시 3,800원에서 지금 280만원(액면가 5,000원 환산)으로 뛰었다.

장기투자해 노후 대비책 마련을

중국 투자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우량기업을 고르기 힘들다면 펀드를 사면 된다. 큰 원칙은 중국 사람이 소비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다. 설화수의 아모레퍼시픽, 초코파이의 오리온이 중국 사람 덕을 얼마나 보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지금 중국에 투자하는 작은 돈은 10년·20년 뒤 노후를 책임지는 한 축이 될 것이다.

/한기석 증권부장 hank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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