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부동산 소유 통계 공개해야

심상정 <민주노동당 수석 부대표>

최근 이해찬 총리는 “부동산 소유와 매매 분석자료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일이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 소유와 거래 관련 통계를 물가통계와 같이 상시 공개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온 나라가 부동산 투기로 열병을 앓고 있지만 정작 투기의 실체에 관한 통계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특히 투기의 원인이자 결과라 할 수 있는 부동산 빈부격차에 관한 통계는 국가기밀이나 되는 듯 철저히 가려왔다. 부동산 투기를 망국병이라 하면서도 병의 실상과 원인을 따지지 않은 채 치료하겠다고 나선 격이다. 해방 60년 동안 부동산 소유에 관한 통계는 투기가 극에 달해 정권이 흔들릴 때 한 번씩 공개된 게 전부이다. 땅 소유 통계는 제3차 부동산 투기가 극에 달하던 지난 89년에 딱 한 번 공개된 뒤 16년 동안 베일에 싸여 있는데 당시 자료를 보면 상위 1.3%의 가구가 국토(사유지)의 65.2%를, 상위 3.9%의 가구가 국토의 87.7%를 차지하고 있어 토지 지니계수가 0.849에 달했다. 주택 소유 통계는 제4차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2003년 엉성하게나마 처음 공개됐는데 전체 세대의 50.3%가 집이 없는 가운데 전체의 1.7%인 29만세대가 집을 5채에서 20채까지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딱 한 번씩 공개된 소유 통계이지만 대다수 국민이 땅 한 평, 집 한 칸이 없는 가운데 일부 땅부자ㆍ집부자들만 너무 많은 땅과 집을 독차지하고 있는 데 부동산 문제의 중요한 원인이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정부는 국세청ㆍ건설교통부ㆍ행정자치부로 나눠져 있던 부동산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관리해오고 있어 통계를 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발 더 나아가자면 통계 공개가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상시 공개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통계법에 따라 지정통계로 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고 필요하다면 부동산 관련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투기의 실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땅값이나 집값 변동 관련 통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종합 재정비하고 필요한 인력과 예산도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말하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은 투기의 실체와 소유 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